"꽉꽉 이 악물었네"...울산의 입장문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권수연 기자 2024. 7. 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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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하루아침에 감독을 잃었다. 구단은 부랴부랴 새로운 그림을 준비해야하고, 화난 팬심도 달래야하고, 선수단의 동요도 잠재워야한다. 

원치 않은 방향으로 사령탑을 잃었으니 '꿀먹은 벙어리'로 있을 수만도 없다.

울산 HD(이하 울산)는 지난 9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한국 대표팀 선임에 대한 김광국 대표의 입장문을 올렸다.

김 대표는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린다"며 "홍명보 감독이 떠난다. 많은 팬분들이 속상해한다. 또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대표는 "우리 팬분들의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거의 똑같지 않나 생각한다"며 "사랑했던 사람이 '평생 나를 사랑한다' 해놓고 나를 떠나간다며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김 대표는 "홍 감독은 국가대표팀으로 간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대한축구협회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을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떠나고 5개월간 공석이던 감독자리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K리그 현직 감독'으로 채워졌다. 그간 1순위 제시 마시 캐나다 대표팀 감독, 2순위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 많은 외인 감독 후보군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모두 없던 일이 됐다.

당초 후보군이던 거스 포옛과 다비트 바그너 감독의 면접을 보기 위해 지난 2일 유럽으로 출국했던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5일 오후 홍명보 감독의 자택으로 향했다.

그리고 7일,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벼락 발표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이 이사는 홍명보 감독에게 외국인 감독과 동등한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2년 뒤 북중미 월드컵을 넘어 이듬해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유럽인 코치 2명이 합류하며 막대한 금전적 대우도 포함되어 있다. 

이 소식에 축구팬들은 물론이고 특히 하루 아침에 팀 감독을 잃어버린 울산 팀 팬들의 허망함과 배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축구협회의 '날치기 선임'은 물론이고, 그간 대표팀 감독직 내정설에 대해 홍 감독 본인이 가장 크게 부정해왔기 때문이었다. 

축구협회 SNS는 물론이고 울산 공식 SNS 등지에는 성난 팬들이 모여들어 홍명보 대표팀 감독에 대한 분노와 축구협회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에 울산 김 대표는 화난 팬심을 수습하기 위해 입장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홍명보 감독을 '떠난 연인'으로, 팬들을 '배신당한 연인'으로 비유했다. 또한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에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고 요청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축구협회의) 메시지가 수시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측에서 당초 홍명보 감독을 우선순위의 대표팀 사령탑 물망에 올리고 구단에 꾸준히 컨택을 해온 것을 숨기지 않았다. 또한 해당 입장문에서 김 대표는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 감독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결국 국대 감독직 최종 수락은 순수하게 홍명보 감독 본인의 마음이 결정한 것이다. 꾸준히 제안도 있었고 여러차례 매혹적인 조건의 설득도 오갔을 것이다. 그러나 다 떠나 결과적으로는 어쨌든 홍 감독에게는 '한다, 안한다'의 선택지가 있었다.

강경하게 "(대표팀 내정설이) 불쾌하다"고까지 말했던 홍 감독은 그 '불쾌한' 대표팀 감독직에 헌신하기 위해 떠났다. 이에 팀은 떠난 것도 홍 감독의 순수 의지임을 다시 한번 짚었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줘야 한다"며 홍 감독의 떠난 마음을 간접적으로 전한 김 대표는 "홍 감독이 꽃길만 걸을 수도 있고,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마다 우리 구단과 팬들을 생각하며 (홍 감독이) 우리와의 시간을 돌이켜보게 하는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새로운 감독을 모셔와서 행복하게 잘 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아울러 김광국 대표는 "홍명보 감독 후임 감독에 대한 작업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 구단을 믿고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입장문을 접한 울산 팬들의 반응은 물론 여러가지로 갈린다. 댓글을 통해서는 "노래가사를 쓰고 있느냐", "술을 먹고 썼느냐. 아름답게 포장하지말라"는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구단이 어떻게 화난다는 심경을 공식적으로 거칠게 표현하겠느냐. 입장문을 1차원적으로만 해석하지 말라"고 반박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여타 축구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욕 한 마디 없이 울산 구단의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굳이 해석하려 하지 않아도 감정을 꽉꽉 눌러담은 것 같다" "이를 악물고 쓴 것 같다"는 평이 다수 보였다.

한편 울산과의 작별을 알린 홍 감독은 오는 10일 홈에서 열리는 광주와 K리그1 맞대결에서는 지휘봉을 잡는다. 

 

사진= MHN스포츠 DB, 대한축구협회, K리그, 울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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