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 vs. "대폭 인상"…최저임금 수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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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가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9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오후 3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최초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모두발언을 통해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상한은 중위임금의 60%라고 하지만,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5.8%를 넘어섰고 G7 국가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며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가 넘고, 최저임금 근로계층이 적용받는 세율도 G7 국가에 비해 월등히 낮아 실질적인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최저임금 미만율은 공식적으로 13.7%이며, 주휴수당까지 감안한 미만율은 24.3%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은 낮다"며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간과한 채 근로자 보호에만 치중해 결정돼 온 게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 역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년 1분기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는 -6.9%로 전년 동기 -1.2%보다 더 하락했고 매출액 영업 이익률도 3.8%로 전년 동기 4.7% 하락했다"며 "매출은 줄고 비용지출은 늘어나 결국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이 59%에 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은퇴한 고령자,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우 취업을 못하면 저임금이 아니라 무임금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이들의 소득을 높이려면 취업 기회를 제공해 임금을 받게 하는 게 중요한데 최저임금 수준이 높으면 이들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제공한 심의 자료만 보더라도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는 월 245만원이 넘게 필요하다"며 "현재 최저임금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며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노동자의 실질임금 저하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물가가 2%대로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실생활 물가 중심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높은 수준"이라며 "올해 최저임금 수준은 실질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고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임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사 최초안 제시를 앞두고 경영계에 최저임금 유지(동결)이나 삭감이 아닌 인상안을 제시해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류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17번의 동결안과 3번의 삭감안을 제시했다"며 "이제는 삭감 혹은 동결안을 되풀이하지 말아주시고 현실적인 인상을 제시해주길 요청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모두발언을 통해 최저임금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부위원장은 "숨만 쉬어도 월급의 대부분이 뭉텅 날아간다"며 "에어컨을 켜지 않고 집을 반지하로 옮기고, 폭염에도 나가서 일을 하고, 밤이 새도록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삶을 강요하는 것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2022년 생활물가 상승률이 6%에 달했지만 최저임금은 5% 인상에 그쳤다. 다음해인 2023년엔 생활물가가 3.9%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2.5% 인상에 그쳤다"며 "2년 연속 물가인상 보다 작은 임금인상으로 실질임금은 하락다. 정말 월급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른 시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부위원장은 "한 가구의 실태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논의돼야 한다"며 "그것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의 기준이고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최저임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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