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에 '북한 간첩' 인정, 사형 구형됐던 피해자 50년 만에 무죄

최성국 기자 2024. 7. 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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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불법구금·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북한 공작원이라고 인정, 사형까지 구형받았던 '거문도 간첩 사건'의 피고인들이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불법 수사과정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사기관이 이들에 대한 장기간의 불법 구금으로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도 인정된다. 피고인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토대로 유죄가 선고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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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거문도 간첩 사건 재심사건에 '무죄' 선고
50년 만에 무죄 받은 피해자 "기쁘기보단 허망하다"
광주지방법원별관의 모습./뉴스1 DB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북한 공작원이라고 인정, 사형까지 구형받았던 '거문도 간첩 사건'의 피고인들이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가족 중 일부가 북한에 연고가 있다는 이유로 간첩 취급을 받은 지 50년 만이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심을 받게 된 A 씨(70)와 B 씨(78)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1973년 이른바 '거문도 간첩 사건'에 연루돼 북한의 지령을 받고 우리나라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 씨의 가족이 A 씨를 북한에 강제로 데려갔고, 북한에서 A 씨가 세뇌와 공작훈련을 받은 뒤 다시 거문도로 내려왔다며 기소했다.

이후 A 씨는 먼 친척 관계이자 가족이 북한에 있는 B 씨를 북한 공작원으로 포섭했다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당시 검찰은 1심에서 A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모두 유죄 증거로 보고 A 씨에게 무기징역을, B 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항소심에서 감형된 징역 15년을, B 씨는 원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들은 당시 수사기관에 불법 구금돼 장기간에 걸쳐 물고문을 비롯한 각종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신들이 북한 공작원이 맞다고 진술했다.

한평생 고통을 견뎌왔던 이들은 사실오인·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해 9월 재심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재심에서 이들에 대한 불법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는 유죄 주장을 유지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당시 수사기관의 고문 등 위법행위와 가혹행위는 모두 인정된다. 이를 토대로 나온 수사기관 진술서 등 증거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불법 수사과정을 통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수사기관이 이들에 대한 장기간의 불법 구금으로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도 인정된다. 피고인들에 대한 가혹행위는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토대로 유죄가 선고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을 마친 B 씨는 "'무죄'라는 단어를 듣기 위해 그동안 노력해온 것을 생각하니 기쁘기보다도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무죄를 받기까지 딱 50년이 걸렸다. 그동안은 지나간 일이니 잊어버리고 살자는 생각이었다. '이대로 묻어선 안 된다'며 재심을 맡아준 변호사분들과 주변분들의 도움 덕분에 이제나마 무죄를 받게 된 것 같다"고 소회했다.

한편 이 사건 이후인 1976년 거문도의 한 일가족이 간첩단으로 몰려 처벌을 당했던 이른바 '거문도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들은 지난 2022년 9월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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