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K이커머스…배민 CEO 교체, 쓱닷컴 희망퇴직, 롯데온 사옥 이전
우아한형제들 이국환 대표도 지난 2일 돌연 사임
G마켓·SSG닷컴도 대표 전격 교체…롯데온, 삼성동으로 이전
[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온라인 유통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불황이 지속되자 대표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문책성 교체를 단행하거나 대표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장기휴직에 돌입했던 한문일 무신사 대표가 지난달 말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무신사 측은 "건강상 이유로 사임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창업주 조만호 총괄대표의 눈밖에 난 것이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신사는 한 전 대표가 단독대표 자리에 오른 2022년부터 급격히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2021년 542억원이었던 무신사의 영업이익은 2022년 전년 대비 94.1% 급감한 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진이 지속되자 무신사는 지난 3월 창업자인 조만호 총괄대표가 책임경영을 앞세워 다시 복귀했다.
앞서 배달의민족(배민)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이끌던 이국환 대표도 지난 2일 일산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로 선임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8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를 선임하기 전까지 사내이사인 피터얀 반데피트를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
이 전 대표의 사임은 우아한형제들 내부적으로도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가 사임한 배경엔 최근 배달업계 출혈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 측이 수수료 인상 등 수익성 개선하라며 강도높은 압박을 지속한 것이 원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패션과 배달업계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들도 과감하게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은 최근 대표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사실상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경질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19일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 새 대표에 각각 정형권 전(前)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최훈학 SSG닷컴 전무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SSG닷컴은 지난해 1조6784억원의 매출을 기록, 2018년 물적분할 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손실도 1030억원을 기록했다.
G마켓 역시 현재까지 누적 적자만 1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SSG닷컴은 최 대표가 취임한지 약 2주 만인 지난 5일 사내게시판에 근속 2년 이상 본사 직원이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향후에도 신임 대표들의 주도 아래 강도 높은 내부 효율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출범 이후 지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롯데온(롯데ON)도 2020년 출범 이후 대표를 총 3번 교체했다.
롯데온의 초대 수장인 조영제 전 대표가 롯데온 론칭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후 지마켓에서 영입된 나영호 전 대표가 2년간 롯데온을 이끌었지만 임기 연장에 실패한 바 있다.
롯데온은 재무적 위험을 해소하고 내부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 말 '재무전문가'로 불리는 박익진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박 대표이 이끌고 있는 롯데온은 최근 비용 효율화 작업을 본격화했다.
롯데온은 지난달 근속 3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또 최근 사옥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구 테헤란로 삼성동 위워크 타워로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옥 이전엔 롯데월드타워의 임대료가 평당 20만~25만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비쌌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이커머스 11번가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 본사의 부동산 계약 기간 만료에 따라 오는 9월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 역시 비용 효율화 차원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사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온라인 유통 업계 불황이 지속되다 보니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문책성 대표 교체가 늘고 있다"며 "대표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이나 사업 방향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m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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