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보다 ‘통 큰’ 감세, 보조금 투입도···여야 반도체 지원 경쟁
여야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감세 경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 대폭 확대를 약속하자, 국민의힘은 민주당 안보다 지원 폭을 늘린 ‘스트롱 K칩스법’을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은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올해도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반도체산업 감세 논의는 민주당이 먼저 시작했다. 김태년 의원은 지난 3일 정부안보다 감세 폭을 늘린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내 반도체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도 약속했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18조원 규모의 정책금융보다 5배 이상 많다.
민주당은 김 의원이 발의한 ‘K칩스법’에 대한 당론 추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K반도체 대전환’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과감한 규제 혁신과 세제 지원, 인재 양성 방안을 비롯해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포괄하는 육성정책으로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종합 대책을 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지원 경쟁에 가세했다. 박수영 의원은 지난 8일 민주당 안보다 지원 폭을 늘린 ‘스트롱 K칩스법’을 발의했다. 두 여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씩 인상하는 내용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현재 대기업 30%·중소기업 40%인 R&D 세액공제율은 각각 40%와 50%, 대기업 15%·중소기업 25%인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각각 25%와 35%로 올리도록 했다. 올해 만료되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지원 기간을 2034년까지 10년 더 늘리자는 내용도 담았다.
업계 숙원이던 정부의 직접 보조금·인프라 지원 근거도 여야 법안에 담겼다. 김 의원은 반도체 관련 R&D 인력 고용보조금을 우선 지원하도록 하고, 반도체 관련 기반시설을 정부가 기업에 지어줄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박 의원은 반도체클러스터 생산시설 구축에 필요한 보조금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반도체 산업으로 지정된 경우 기반시설 건설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박 의원은 이에 더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이월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대폭 연장했다. 또 반도체 기업 연구직·사무직은 주 52시간 근무 제한에서 예외를 두도록 했다.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정부안보다 지원 규모를 대폭 확장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종합지원 방안에는 반도체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 인상안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안은 17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 1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 조성 등 정책금융 지원을 뼈대로 한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에는 선을 그어왔다.
때문에 여야의 반도체 지원 입법 경쟁을 정부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올해도 2년 연속 세수 부족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직접 보조금 확대, 인프라 건설 지원에는 추가 재정이 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해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세액공제를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세제 혜택은 이미 다른 나라보다 크고, 정부가 세액공제·금융·인프라까지 지원하는 별도의 종합대책을 마련한 경우는 반도체산업밖에 없다”며 “조선업 등 다른 산업에서도 반도체산업과 같은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산업의 주요 지원 대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인데, 이들 기업에 국가 재정을 대거 투입하는 데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전략산업인 만큼 반도체산업을 더 지원해야 하지만 국가 재원은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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