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한동훈, 사과해야" vs 친한 "영부인을 먹잇감으로"

한동훈 '읽씹'한 김건희 문자 전문 공개
'친윤' 권성동·김기현 "한동훈 사과해야"
친한, 논란 배후에 '친윤·원희룡' 지목
"영부인을 야당의 먹잇감으로 갖다 바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문자 전문이 공개되면서 전당대회가 '친윤'(親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의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친윤계는 "한동훈 후보의 거짓말이 드러났다"며 공세를 폈고, 친한계는 문자 공개의 '배후설'을 제기하며 "영부인을 야당에 먹잇감으로 내던졌다"고 반격했다.

親尹 "여사의 진정성 여부나 公私 무의미…한동훈 사과해야"

9일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키며 최대한 발언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현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며 "전당대회가 정상 궤도로 수정되려면 문자에 대한 진실 공방이 아니라 한 후보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한 후보 측에서 제기하는 김 여사 사과의 진정성 여부와 공사(公私)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며 "정치는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고 결과로 책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선 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비대위원장은 모든 것을 시도했어야 했다. 정치를 행정 절차와 동일하게 보고 나의 행정적 무오류성을 강변하는 것은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한 후보는 당시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이것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사과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 또한 한 후보를 향해 "자신의 정무적 판단 오류에 대해 쿨하게 사과하시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금 우리 당 전당대회를 휘몰아치고 있는 문자메시지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내린 정무적 판단이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가다"라며 "한 후보는 당시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가 사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어제 언론 보도로 공개된 5개의 문자 전문으로 볼 때 한 후보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개된 메시지 전문을 보면 김 여사는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는 내용으로 읽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어느 대목에서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는 것인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한 후보가 당시 알 수 없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름의 정무적 판단을 내렸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건 무리한 해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었음에도, 결국 구속영장을 기각 당해 우리 당 지지율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적도 있다"며 "이 영장 기각 사태는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에 핵폭탄급 피해를 끼쳤다. 당시 법무부장관으로서 제대로 된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덧붙였다.

親韓 "배후에 친윤-원희룡…영부인을 野에 갖다 바친 자해극"

국민의힘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광주·전북·전남·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친한계는 문자의 전체 맥락과 함께 당시 전후 상황을 보면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 러닝메이트인 박정훈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 전 위원장 쪽과 원내지도부에서 '사과가 필요한 것 같다'는 취지를 용산에 전달했는데 '그게 안 된다'는 취지의 답변이 이미 와있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 공개 '배후'에 김건희 여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반격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일단 한 전 위원장 쪽은 아니다. 거기 5건의 문자가 있는데 그중 일부는 한 전 위원장 쪽에는 지워진 상태로 파악됐다"며 "여사님이 이거를 다른 분에게 보내서 이게 전달이 됐을 가능성. 그러니까 여사님의 지시 없이 그런 일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을 두고는 '자해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본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결과적으로 대화를 나눈 김건희 여사께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라며 "한동훈 전 위원장은 어제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지지율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이 사태 이후 조사인데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별 피해를 본 게 없다"고 강조했다.

친한계인 장동혁 의원은 논란의 배후에 친윤 그룹과 경쟁 주자인 원희룡 캠프 측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 "어떤 분들이 뒤에 있는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실 것"이라며 '친윤 인사와 원희룡 캠프'냐는 질문에는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동훈 캠프 총괄상황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친윤이라는 분들이 영부인을 (야당 공세의) 먹잇감으로 갖다 바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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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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