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채상병 특검법' 수정 검토…與 '한동훈 대세론'에 변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에서 재표결을 해야 하는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수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재표결시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를 끌어내 가결시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를 1명씩 추천하도록 하는 기존의 특검법안 대신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을 여당에서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채상병 특검법이 어떤 형태로 국회에서 처리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한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채상병 특검법이 수정을 거쳐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경쟁 당권주자들은 이 경우 자칫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채상병 특검법 수정론을 내세운 한 후보를 몰아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 검토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있는 상황이라 현명하고 영리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재의결 처리 시점 등에 대해 추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 수정안을 낼 수도 있다. 원안대로 가든 다른 것을 하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를) 한다고 보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급하게 재표결을 시도해 채상병 특검법이 폐기되는 것을 지켜보기보다 수정안을 도출해 통과시키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중 유일하게 수정을 조건으로 찬성 입장인 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시간을 갖고 검토를 해서 나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간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돼 그 즉시 법률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22대 국회 300명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할 때 200명이 찬성하면 가결되는데 채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석 수는 108석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는 논리다. 또 민주당 등 야권에서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은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앞서 해당 법안 표결에서 여당 내 유일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이미 한 후보가 국민 과반이 찬성한다는 등의 이유로 채상병 특검법 추진 의사를 밝힌 상황이지 않느냐.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과 수정안을 논의해 통과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원내 지도부 및 의원들이 이에 찬성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설득을 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당내 분열이나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 추진이 오히려 한 후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민심을 받아들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당원들에게는 한 후보의 입장이 소구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를 계속 세게 밀어붙여 대통령실이나 친윤(친윤석열)들의 반발을 사게 되면 역풍이 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또 "현재 대통령실과 원내 지도부는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감이 있는 상황이다. 만약 민주당이 제3차 추천 방식으로 수정안을 발의한다면 이는 국민의힘 분열을 노리려는 심산일 것"이라며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대표로 자리를 잡아가는 1차 관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채상병 특검법 수정안 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의 반대 의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재표결에서 채상병 특검법(원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법은 대통령실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다 여당이 현재 어떤 협상의 제스처도 없는데 우리가 먼저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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