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는 막았지만···프랑스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은 섬광처럼 사라질까 지속될까
범여권 앙상블과 극우정당도 의석수 큰 차이 없어
구심점 없는 느슨한 연대에 분열 우려도
프랑스는 정치 삼극화로 야기될 혼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지난 7일(현지시간) 실시된 조기 총선 결선 투표 결과, 좌파 연합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앙상블’, 극우 정당이 의석을 비슷하게 나눠 가지면서 프랑스 의회가 사실상 삼등분 됐다.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좌파 연합은 극우 방화벽 구축이라는 목표 외에는 강력한 지도자나 공통의 정책 등 구심점이 없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수 있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인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 총선으로 (극우 득세에 대한) ‘정화’를 희망했지만 결국 실패했으며, (조기 총선 전의) 의회 해산 전에도 이미 복잡했던 정치 방정식이 이제는 절망적”이라고 분석했다.
르몽드와 르피가로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선 투표 최종 집계 결과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은 하원 577석 중 182석을 차지했고, 집권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은 168석을 얻어 2위였으며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은 143석을 차지했다. 모두 과반(289석)에는 미치지 못한 채 삼극화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에 참패하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 좌파 연합과 협력하면서 극우 정당을 견제해야 하는 더 복잡한 숙제를 풀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총리 지명부터 순탄치 않다. 4개 정당 연합인 NFP는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가장 많은 74개 의석을 차지했고, 사회당(59명), 녹색당(28명), 공산당(9석) 순으로 의석을 얻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좌파 연합이 극우 세력의 주요 대항마가 되기에는 너무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이 가운데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NFP 내부적으로도 그다지 신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는 8일 프랑스인포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멜랑숑 대표에 대해 “NFP 안에서 가장 분열을 초래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도 “총리 지명 결정은 아직 이르다”면서 “의석수 기준으로 (총리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극좌 정당인 LFI에 정부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는 8일 앙상블 소속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제출한 사임안을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NFP 내 중도좌파 성향인 사회당이나 녹색당과 연정을 논의해 멜랑숑 대표보다 온건한 성향인 포르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멜랑숑 대표의 당내 경쟁자인 프랑수아 뤼팽 의원도 총리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좌파 연합의 느슨한 연대에 대한 불안도 존재한다. NFP는 극우 정당 집권을 막겠다는 목표 외에는 공통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칼럼니스트인 솔렌 드 루아이에는 르몽드에 “NFP는 이데올로기적 지향점이나 전략적 방향에서 내부 분열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좌파 연합의 협력도 쉽지 않아 보인다. 좌파 연합의 급진적 경제 정책이 기존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프랑스 산업협회(MEDEF)는 8일 성명을 냈다. MEDEF는 성명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보장하고 신뢰 회복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분명하고 안정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해야만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다”며 “지난 9년간 성장과 고용 측면에서 성과를 낸 경제 정책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해왔으며 외부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NFP가 내놓은 최저 임금 인상, 물가 상승률에 연동한 임금 인상, 마크롱 대통령이 폐지한 부유세의 강화 및 재도입은 기업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엘파이스는 “프랑스 좌파는 많은 장애물과 마주할 것이며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7일에 일어난 일(좌파 연합 승리)이 밤의 섬광에 불과한지 아니면 미래를 위한 진정한 빛이었는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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