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볼피아나, 비대칭 백스리?…홍명보 감독 내정, 방점은 선수단 기강 잡기에 찍혀 있다

박효재 기자 2024. 7.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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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2022년 4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호르전에서 1-2로 패한 뒤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꾸짖고 있다. 다큐멘터리 ‘푸른파도’ 캡처


“홍 감독이 강조해 온 원팀, 원스피릿은 한국 축구에 필요하다. 원팀 정신을 만드는 데 탁월한 감독이다. 지난 두 외국인 감독의 경험을 교훈 삼아 팀 내 자유로움 속 기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8일 홍명보 감독 내정 관련 브리핑에서 선정 배경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홍 감독이 대표팀 기술철학에 부합한다는 점도 자세히 설명했지만, 방점은 선수단 기강 확립에 찍혀 있다.

라볼피아나, 비대칭 백스리?


이날 브리핑에서는 라볼피아나와 비대칭 백스리, 어태킹 써드 라인 브레이킹, 측면 콤비네이션 등 각종 전술 용어가 등장했다. 라볼피아나는 수비시 센터백 역할까지 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활용해 안정적으로 수비 숫자를 확보하고, 풀백을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전술을 일컫는다. 기본적으로 볼 점유율을 중시해 수비형 미드필더는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하고, 덕분에 다양한 포메이션도 가능하다. 이 기술이사는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이 K리그에서 이 전술을 바탕으로 상대 측면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공수 밸런스를 중시하는 현대 축구 흐름에서 라볼피아나 전술은 여러 감독의 축구에서 볼 수 있다. 해외 지도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홍 감독보다 이런 축구를 잘하는 감독은 매우 많다. 더군다나 이런 축구는 홍 감독이 협회 전무이사 시절 뽑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잘하던 것이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4년 넘게 대표팀을 이끌며 후방 빌드업을 중심으로 한 점유율 축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도 이러한 전술적 기반 위에서 이루어졌다.

전술은 플랜B, 기강 확립이 플랜A


이번 내정 과정에서 전술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된 것은 홍 감독의 리더십과 선수단 장악 능력이다. 홍 감독은 앞서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한 경험이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 성과도 거뒀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 프리미어리거 이청용, 국가대표 조현우, 김영권 등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울산 HD를 이끌면서도 한 번도 선수단 내 잡음이 외부로 들린 적은 없다. 특히 202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에게 1-2로 패한 뒤 라커룸에서 “이게 팀이야?”라고 고함치며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구단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협회는 홍 감독을 내정하면서 유럽 출신 코치 2명을 추가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의 전술역량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면 불필요한 조치다. 홍 감독이 선수단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대길 본지 해설위원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손흥민(토트넘)부터 시작해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같은 스타 선수들을 얼마나 컨트롤하고 한 팀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느냐다. 홍 감독은 선수로나 감독으로나 대표팀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경력을 쌓아왔다”고 평가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계에선 대체로 외국인 지도자들이 선수단 기강 확립, 장악 능력 측면에서는 국내 지도자보다 떨어진다고 본다. 과거 벤투 사령탑 체제에도 특정 연령대별로 선수단이 나뉘어 갈등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고, 실제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선수단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관리자형 지도자로서 홍명보 감독은 이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강력한 카리스마는 그의 최대 강점이지만, 대표팀 감독으로는 2014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도 봤다. 10년 전 실패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그의 감독으로서 커리어도 내리막길로 향할 수밖에 없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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