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탄광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 1심 승소

미쓰이광산 상대 손배 소송 5년 만에

일본 전범기업 니혼코크스공업주식회사를 상대로 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원한 정인기 변호사가 9일 1심 선고 뒤 소송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강점기 일본 홋카이도의 미쓰이광산으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 5년 만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는 9일 일본 니혼코크스공업주식회사는 강제동원 피해자 7명의 유족 12명에게 1333만∼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니혼코크스 쪽 소송대리인들은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났고 강제동원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재판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소장 송달 지연 때문에 2019년 4월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이뤄졌다.

니혼코크스주식회사는 일제강점기 전범기업인 미쓰이광산 주식회사의 후신이다. 미쓰이광산은 홋카이도 일대에서 미이케·비바이·스나가와·몬주탄광을 운영하며 군수물자를 조달했다. 유족들은 피해자들이 미쓰이광산의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을 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귀국했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고 호소했다.

전남 화순 출신 고 박훈동(1921∼2001)씨의 경우 1940년 일본 관동군으로 징병됐다가 2년 뒤 부상으로 전역했으나 또 다시 미쓰이광산으로 강제동원됐다. 박씨는 석탄운반 작업 중 광차사고를 당해 손가락 2개를 잃었고 작업 도중 들이마신 석탄가루 때문에 폐와 기관지 건강이 나빠져서 평생 폐 질환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곡성 출신 김형주(1900~1949)씨는 1941년 2월부터 2년간 미쓰이 비바이 탄광에서 일하다 낙반사고로 허리와 다리 등을 다친 뒤 후유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2019년 4월29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들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집단소송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