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로 그만 싸우고파…‘친일’ 이은상에 또 갈라진 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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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출신 시조시인 이은상(1903~1982)과 그의 대표작 '가고파' 때문에 마산 민심이 두쪽으로 쫙 갈렸다.
'이은상'과 '가고파'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마산국화축제 역시 축제가 시작된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마산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쓰다가, 2005년부터 2018년까지는 '마산가고파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썼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다시 '마산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쓰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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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출신 시조시인 이은상(1903~1982)과 그의 대표작 ‘가고파’ 때문에 마산 민심이 두쪽으로 쫙 갈렸다.
경남 창원시의회는 9일 “제136회 임시회를 15~22일 열어서 ‘마산국화축제’ 이름을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꾸는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화운동 단체들이 반발했다. 이은상의 친일·독재 부역 이력 때문이다.
앞서 창원시축제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마산국화축제’를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바꿀 것을 심의·의결했다. 창원시의회가 조례 개정안을 가결하면, 창원시는 이를 공표하고 올해 10월 열리는 제24회 축제부터 ‘마산가고파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사용할 계획이다. 홍남표 창원시장도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산가고파국화축제가 괜찮은 이름인 것 같다”며 축제명에 ‘가고파’를 넣는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시의회와 창원시 움직임에 지역 민주화운동 단체들이 벌집 쑤신 듯 들고일어났다. 3·15의거기념사업회, 10·16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는 “마산을 독재 부역 도시로 만들 것인가”라며 축제 이름에 ‘가고파’를 넣으려는 것을 강하게 성토했다. 이 단체들은 “이은상은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전국 유세를 다니며 독재자 이승만을 찬양하고, 박정희 때는 유신 선포 지지 성명을 냈으며, 전두환 때는 전두환에게 찬사를 보내고 국정자문위원을 지냈다”며 ‘가고파 명칭 사용 불가론’을 폈다.
이들의 반발에는 이은상의 정치 편력이 마산의 ‘도시 정체성’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승만 독재에 부역한 인물의 작품 이름을 어떻게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해 민주화운동의 깃발을 든 마산의 대표 축제 명칭에 끼워넣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고파’는 1932년 이은상이 고향 마산을 그리며 지은 시로, 이를 가사로 사용한 가곡 ‘가고파’는 마산을 대표하는 노래로 애창된다.
‘이은상’과 ‘가고파’ 때문에 마산 민심이 갈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2월6일 국제로타리클럽(3720지구)은 당시 마산역장의 제안을 받아서 마산역광장에 ‘가고파 노산 이은상 시비’를 세웠다. 시비 설치 뒤 철거 요구가 빗발쳤다. 시비가 페인트 낙서로 훼손되기도 했다. 결국 같은 해 11월14일 3·15 정신계승 시민단체 연대회의, 민주노총 경남본부, 한국철도노조 부산경남본부 등은 시비 옆에 ‘민주성지 마산 수호비’를 세웠다.
이은상 시비는 ‘평생을 문학과 민족정신 고취에 진력(했다)’ 등의 표현으로 이은상을 치켜세우고 있다. 반면 민주성지 수호비는 ‘이승만 자유당 영구집권 음모동조’ ‘쿠데타 협력 유신지지 학살자에 아첨’ 등 이은상의 친독재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지금도 시비와 수호비는 마산역광장에 나란히 서 있다.
1999년에는 옛 마산시(현 창원시)가 이은상을 기리는 ‘이은상문학관’ 건립을 추진하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마산시는 이은상의 이름은 빼고 그의 호만 가져와 ‘노산문학관’을 세웠으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자 2005년 ‘마산문학관’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은상문학관’ ‘노산문학관’ ‘가고파문학관’ 등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은상’과 ‘가고파’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마산국화축제 역시 축제가 시작된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마산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쓰다가, 2005년부터 2018년까지는 ‘마산가고파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썼고,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다시 ‘마산국화축제’라는 이름을 쓰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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