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최저임금 논의 본격 착수…"대폭 올려야" vs "동결해야"
사용자위원, '항의성' 8차 회의 불참 후 전원 복귀
노동계 "최근 최저임금 인상, 물가인상 못 따라가"
경영계 "최저임금, 선진국 G7보다 높아…동결 필요"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본격적인 인상 수준 논의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물가 인상을 고려해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최임위는 노사 양측으로부터 최초 요구안을 제시 받고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 논의에 들어간다.
노사는 회의 모두발언부터 기싸움을 이어갔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임위가 제공한 심의 자료만 보더라도 비혼 단신 노동자 생계비는 월 245만원이 넘게 필요하지만, 현재 최저임금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최근 몇 년 간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해 실질임금 저하 상황까지 나타나 소득분배지표가 또다시 악화하고, 본격적인 불평등과 양극화가 매우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동결이나 삭감안이 아닌 인상안을 제시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사용자위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류 사무총장은 "최임위는 최저임금 인상을 심의하는 곳이지 동결 또는 삭감을 심의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현실적인 인상을 제시해주길 요청한다"고 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우리는 물가폭등의 시대를 견디고 있다"며 "2022년 생활물가 상승률이 6%에 달했지만 최저임금은 5% 인상에 그쳤고, 2023년에도 생활물가가 3.9% 올랐지만 최저임금은 2.5% 인상에 그쳤다. 그야말로 월급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른 시대"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최저임금은 비혼 단신 가구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됐는데, 많은 최저임금 노동자는 혼자 벌어 가구를 꾸리는 가장"이라며 "출산율을 높이고 결혼을 장려하겠다며 국가 기관까지 만드는 와중에 최저임금을 비혼 단신 가구 기준으로 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혼자 살기에도 부족한 임금을 주면서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라는 것이냐. 모든 지표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9860원의 동결 주장을 펼칠 것을 암시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총괄전무는 "일반적으로 최저임금이 부작용 없이 운영되기 위한 적정 수준의 상한을 중위임금의 60%라고 하는데, 우리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5.8%를 넘어섰고 선진국인 G7국가의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며 "최근 5년 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의 2배를 넘고, 최저임금 근로계층이 적용받은 세율도 G7보다 월등히 낮아 실질적인 최저임금 수준도 높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이 아닌, 국가가 개입해 강행적으로 적용하는 것인 만큼 최저임금 수준을 과도하게 높여 국가가 소상공인들에게 경영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좌절과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된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돼야 한다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 본부장은 "수출은 늘어나고 있으나 내수 부진이 계속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태에서 비용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중소기업이 작년 말 기준 59%에 달하고, 작년 3분기 기준으로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72만원 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은퇴한 고령자, 미숙련,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 노동시장 외부자에 대한 취업기회 제공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한다"고 했다.
양측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1만2500원 내외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대비 26.8% 인상된 수준이다.
경영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한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9860원의 동결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영계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난 7차 회의에서 있었던 일부 근로자위원의 돌발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7차 회의 당시 업종별 차등적용 표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최임위원장의 의사봉을 뺏고 투표용지를 찢으며 항의했다. 이에 경영계는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항의 표시로 지난 4일 열린 8차 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이날 류기정 경총 전무는 "더 이상 심의를 이어가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8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며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폭압적인 투표 방해 행위로 의사결정의 왜곡이 초래된 사태를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태 발생에 대해 다시 한 번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최임위 차원의 확실한 약속과 조치 마련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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