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을 위한 유럽發 변화…"국내 기업, 투자자도 대비해야"
"국내 배출권 가격은 유럽 배출권 가격의 10분의 1 가격입니다. 앞으로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라도 국내 배출권 가격의 상승이 불가피합니다. 현 가격이 장기적으로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배출권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위원은 9일 머니투데이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주최한 'ESG 콜로키움 2024'에서 '탄소배출권 시장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ESG, 밸류업 전환점 맞다'를 주제로 열렸다.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제품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개념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시행 중이다. 파리기후협약에서 채택된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 목표 달성을 통해 평균 지표면 온도를 낮추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최 위원은 강연 서두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배출권 거래 시장인 유럽을 언급했다. 최 위원은 "유럽의 배출권 가격은 지난해 톤당 100유로대에 거래되다가 약세를 보인 뒤, 최근 들어 가격을 회복해 이날은 70유로까지 반등했다"라며 "배출권 가격은 천연가스 가격과 경기, 원자재 가격, 정책 등 다양한 함수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유럽 경기는 안 좋은 상황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성장 폭이 제한적"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 수급 논리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하락한다. 다만 유럽 경매시장에서 2026년까지의 미래 배출권을 당겨 팔고 있어 유럽 배출권 가격은 당분간 정체,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럽연합의 CBAM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위원은 "CBAM은 탄소세를 내는 국가와 내지 않는 국가의 차이를 없애자는 것으로,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을 국외에서 만들 때는 유럽 배출권 가격과 현지에서 지불한 배출권 가격의 차액만큼을 유럽 의회에서 탄소국경조정세로 기업에 부과하겠다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유럽도 무상 할당량이 배출량 대비 많지만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으로 국내에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며 "올해 배출권 거래제에 편입되는 산업이 늘어나는데 대표적으로 해운 산업이 있다. 항공산업도 무상 배출권이 단계적으로 축소될 전망으로 신규 수요가 창출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2024년 기후 목표 권고안 초안을 발표,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감소시키겠다고 했다. 2050년까지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다. 최 위원은 "최근에 유럽에서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아 우려 있는 상황이지만 기본적인 탄소 중립에 대한 의지 자체는 꺾이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내 배출권 가격도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위원은 "국내 배출권 가격은 유럽, 글로벌 배출권 가격과 동조화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 때문에 올해 출시될 배출권 ETN(상장지수증권)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상품이다. 투자자가 ETN을 매수한 자금으로 증권사는 배출권을 구매할 예정으로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내 배출권 가격은 장기적인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2015년부터 시행됐는데 현 가격이 시행 당시의 가격과 비슷하다. 그동안은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의미가 없었던 셈인데, 향후에는 배출권 가격이 정상화되고 시장 논리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거래제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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