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 핵심’ 거론된 北 김영철, 두 달만 공개 행사 참석

유종헌 기자 2024. 7. 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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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30주기 추모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가운데, 과거 북한의 대남 정책을 주도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 고문이 오랜만에 공개 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데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철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깊게 연루돼 있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소장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30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이 9일 보도한 사진을 보면, 전날 김일성 추모행사에는 통일전선부장 출신인 김영철과 리선권 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 자리했다. 김영철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행사 개최 영상에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얼굴이 잡힌 것이다. 그전까진 노동신문 5월 8일 자에 고 김기남 비서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으로 호명된 게 마지막 공개 동향이었다.

군부 출신인 김영철은 정찰총국장, 대남비서, 통일전선부장 등을 거치며 오랜 기간 대남공작을 주도한 인물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에도 여러 차례 김영철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납한 전후인 2019년 김영철은 김 전 회장에게 향후 경제 협력에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의 친서를 보냈다. 당시 그는 조선아태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 전 대표도 비슷한 시기인 2019년 5월 김영철에게 농촌복합 시범마을 사업 등 협력 사업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및 이 전 대표 방북 비용 명목으로 800만 달러를 김영철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직접 돈을 받은 북한 인사는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과 대남 공작원 리호남 등이지만, 이 돈이 김영철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선노동당에 전달됐다고 보는 것이다. 현행법상 국내 거주자가 금융 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이나 김영철에게 돈을 지급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 고문. /노동신문 뉴스1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도 800만 달러가 북한 측에 전달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800만 달러가 모두 최종적으로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전 대표의 방북 명목 비용 200만 달러는 송명철을 통해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고 본 반면, 나머지 금액의 종착지가 조선노동당이라는 점이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진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달 이 전 대표를 기소하며 공소장에 “이 전 대표가 이화영, 김성태 등과 공모해 800만 달러를 김영철에 지급하고 이를 통해 조선노동당에도 지급했다”고 적었다. 이화영씨의 1심 판결에도 항소했다. 반면 이 전 대표 측은 대북송금 의혹이 ‘검찰의 소설’일 뿐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도 김영철에게 금품을 넘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안씨는 2018년 12월~2019년 1월 중국과 북한에서 김영철과 송명철 등을 만나 총 21만여 달러(약 2억 원)와 180만 위안(약 3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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