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AI신약 연합체 'K-멜로디' 본격화…빅파마 속도 넘어설까

홍효진 기자 2024. 7. 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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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멜로디(K-MELLODDY) 프로젝트 개요.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한국판 AI(인공지능) 신약 개발 연합체가 이달 사업자를 선정하고 중순부터 사업을 본격화한다. 지난 4월 사업단 출범에 이어 참여사를 확정, 올해부터 내년까지 AI 신약 모델 관련 기획에 들어간다. 앞선 유럽연합(EU)의 협력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임상 데이터까지 활용한 고도화된 개념의 약동학(ADMET) 예측 모델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이날과 내일(10일) 평가를 거쳐 신약 개발 연합체 사업 'K-멜로디(MELLODDY)' 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 이르면 오는 22일 사업자 26곳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K-멜로디 프로젝트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R&D(연구·개발) 사업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 10곳 및 17곳의 대학·기업 등이 참여한 EU의 '멜로디'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사업으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사업비 총 348억원이 투입된다.

최종 구축할 플랫폼은 'FDD'(Federated Drug Discovery), 솔루션 명칭은 'FAM'(Federated ADMET Model)이다. 연합학습 기반의 FAM은 ADMET 정밀도를 높인 예측 모델이다. FAM은 신약 후보물질이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 및 약효를 예측하는 솔루션으로 후보물질을 입력하면 임상 통과 확률 등을 예상하는 방식으로 작동될 예정이다. 유럽 모델과 달리 시험관 내 데이터 예측과 동물 실험(In vivo), 임상 데이터까지 활용, 정확도가 높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기존엔 데이터를 먼저 구축하고 이를 응용할 과제를 찾는 방식이었다면 연합학습은 순서가 뒤바뀐다. 응용 목적을 먼저 정한 뒤 각 기업·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로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 중 목적에 맞게 필요한 데이터만 갖다 쓰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데이터 이동이 없어 개인정보 유출은 막으면서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단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업자는 바이오벤처 및 제약사를 비롯해 솔루션·플랫폼 구축을 담당할 IT기업 및 대학·병원·연구소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각 기업·기관별 데이터가 다른 만큼 먼저 데이터 종류 등을 파악한 뒤 본격적인 기획 단계에 돌입한다. 1~2년가량의 기획 기간을 거쳐 2026년쯤 모델 형태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기업·기관이 가진 데이터가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처음부터 설계도를 그려놓고 각각 필요한 것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전체 팀 단위로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진화된 AI 모델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투자 비중도 늘었다. 제약·바이오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의 업계 투자펀딩 기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업체는 AI 신약 개발사 자이라 테라퓨틱스였다. 자이라는 지난 4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AI 임상 자동화 모델을 개발 중인 포메이션바이오는 지난달 시리즈D 투자 라운드에서 사노피 등으로부터 3억7200만달러(약 5144억7600만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글로벌 업계의 주목도가 높은 만큼 K-멜로디 성과에 따라 신약 후보물질 발굴·임상 과정 내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이 빅파마 대비 연구 기간이 짧고 보유 데이터 양이 적은 건 맞지만, AI 패러다임 안에선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단 분석이다. 한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화학·생물 데이터가 모일수록 정밀한 AI 신약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도 AI 신약 산업은 초창기다.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는 고도화된 플랫폼과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면 빅파마 속도를 따라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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