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초콜릿, 요아정, 탕후루 띄운 이것: 디토소비의 명암 [분석+]
‘두바이 초콜릿’ 품귀 현상
‘요아정’ 가맹점 빠르게 확산
이들 중심에는 SNS 존재해
인플루언서 입김이 시발점
‘디토(Ditto) 소비’ 현상 중 하나
과소비·충동 소비 등 부작용
소비자에게 양날의 검일 수도
MZ세대 사이에서 붐을 일으켰던 '탕후루' 시대가 저물었다. 지금 젊은층 사이에선 '두바이 초콜릿'과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 디저트)'이 인기를 끌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들 제품 모두 '인플루언서'의 입김 덕분에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디토(Ditto)' 소비가 인기의 발판이었다는 건데, 여기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동발發 '두바이 초콜릿'이다. '현지 온라인' 주문만 가능하다 보니 품귀 현상까지 빚는다. 두바이 초콜릿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디저트 업체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Fix Dessert Chocolatier)'가 만든 제품이다.
초콜릿 표면은 화려한 색감으로 코팅했다. 초콜릿을 반으로 쪼개면 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 얇은 국수 '카다이프'가 나온다. 이국적인 독특함이 우리나라 소비자의 마음을 훔쳤다는 건데, 여기엔 인플루언서의 역할도 컸다.
판매사가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서 만든 'ASMR(Autonomo us Sensory Meridian Responseㆍ자율감각 쾌락반응)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게 시발점이었다. 이후 국내 유명 유튜버가 두바이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먹는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인플루언서 덕에 흥행에 성공한 건 두바이 초콜릿만이 아니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요아정(운영사 트릴리언즈)'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한 데도 인플루언서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벌집꿀과 과자, 각종 과일을 토핑으로 올려 먹는 디저트다.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만의 레시피를 SNS에 공유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동시에 요아정을 창업하려는 수요도 커졌다. 2021년 론칭한 요아정의 점포 수는 2021년 99개에서 올 6월 현재 298개로 201% 증가했다.
이처럼 인플루언서가 트렌드를 이끄는 현상을 '디토(Ditto) 소비'라고 일컫는다. 디토는 라틴어로 "나도 마찬가지야"라는 뜻이다. 이를 접목한 디토 소비는 자신의 가치관과 취향에 부합하는 인물ㆍ플랫폼을 좇아 소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김난도 서울대(소비자학)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2024년을 이끌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디토 소비를 선정했다. 실제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공개하거나 짧게 언급만 해도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숱하다.
경제미디어플랫폼 어피티가 국내 MZ세대 710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72.3%가 '인플루언서의 추천이나 리뷰를 통해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엔 77.5%(강한 편이다 61.7%ㆍ매우 강하다 15.8%)가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래서인지 인플루언서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가 대표적이다. 에이블리는 2021년 6월부터 패션ㆍ뷰티ㆍ라이프 카테고리에 트렌드와 인기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거진'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인플루언서 콘텐츠'다. 인플루언서가 패션 코디 방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발행하면 관련 소비가 이어지는 사례가 가파르게 늘었다는 거다.
일례로 여름을 앞두고 애슬레저 콘텐츠를 발행한 첫 주(2024년 5월 1일~8일)에 인플루언서가 착용한 애슬레저 상품의 거래액은 직전 주(2024년 4월 24일~30일) 대비 60.0%가량 증가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디토 소비가 확산하면서 나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디토 소비가 확산한 배경은 뭘까. 답은 '편함'에 있다. 정보가 넘치는 상황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때 인플루언서의 취향을 좇으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생략해도 괜찮아서다. 혹자는 '결국은 모방소비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게 있다. '디토'란 새 이름이 붙을 만큼 경향성이 훨씬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그 중심엔 SNS가 있다.
곽금주 서울대(심리학) 교수는 "SNS가 일상화하면서 누구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나도 먹어봤다' '나도 가봤다' '나도 해봤다'와 같은 콘텐츠를 올림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게 디토 소비로 이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토 소비가 긍정적인 함의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자칫 비합리적이거나 획일적인 소비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마케팅 방식이 '과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황진주 가톨릭대(공간디자인소비자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디토 소비를 다른 말로 '동조 소비'라고 부른다. 또래 관계 안에 속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 게 소비 방식이란 거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ㆍ셀럽들이 언급하거나 홍보하는 제품을 접하면 충동적으로 소비하거나 불필요한 지출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토 소비를 비판 없이 받아들여선 안 되는 이유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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