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이임생 이사가 말한 ‘빌드업 1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포포투=이종관]
“울산은 지난 시즌 기준 기회 창출, 빌드업, 압박 강도 1위였다. 활동량은 10위였는데 효과적으로 뛰면서 경기를 했다는 증거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고 8일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직접 나서 관련 내용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에 나선 이임생 이사는 "협회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새로운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까지다. 먼저 결정을 해준 울산 구단에게 감사드리고, 울산 팬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며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음을 밝혔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이유를 전술 스타일, 리더십, 국내 거주 문제, 감독 성과, 선수 파악, 대표팀 경험 등 8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그러면서 “8가지 기준에 모두 충족했다고 생각했다. 이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후보자들 모두에게 적용된 사항이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근거가 있다. 바로 전술적인 측면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임생 이사는 울산 시절 홍명보 감독이 추구해왔던 축구가 현재 KFA의 게임 모델에 일치함을 강조하며 “울산은 지난 시즌 기준 기회창출, 빌드업, 압박 강도 1위였다. 활동량은 10위였는데 효과적으로 뛰면서 경기를 했다는 증거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했지만 활동량은 하위였다. 한국 축구에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우선 용어적인 부분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발언이다. 빌드업이란 골을 넣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을 의미하는 용어다. 즉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짧은 패스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도 빌드업이 될 수 있고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공격수에 한 번에 공을 연결해 득점을 노리는 것도 빌드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모두가 강강술래 대형으로 공을 둘러싸고 상대 골대로 전진해도 빌드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축구 전문가들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던 축구를 ‘빌드업 축구’라는 용어로 정의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이임생 이사가 말한 ‘빌드업’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짧은 패스로 후방에서부터 풀어나가는 방식)에 적용시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23시즌 기준-, 울산이 K리그1 12팀 중 가장 높은 패스 성공률(87.8%)를 기록한 것은 사실이나 롱패스 시도 7위(2,110회), 성공률은 2위(63.2%)에 오를 만큼 다이렉트한 공격을 추구하기도 했다. 단순히 패스 성공률 지표만을 놓고 ‘빌드업 1위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에 대한 설명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은 연령별 대표와 협회 전무이사를 거치면서 경험과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는 분이다. 각급 대표팀과 연계성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한 감독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K리그 내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은 감독 중 하나다(실제로 울산은 2024시즌 기준 K리그 25개 팀 중 스쿼드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팀이다). 어린 선수들을 신뢰하지 않는 홍명보 감독이 U-20, U-23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유망주들을 A대표팀에 끌어올려 기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여론이 들끓는 이유는 단순히 국내 감독을 선임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력강화위원을 무시한 채 일부 구성원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감독을 선임했고 심지어 선임 근거조차 매우 빈약하기 때문이다. 5년 전, 벤투 감독을 선임하면서 바로잡았던 협회의 프로세스는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일부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종관 기자 ilkwanone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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