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코시티 사태’ 주범, 78억 추징금 대법서 파기

방극렬 기자 2024. 7. 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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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이씨, 징역 4년 확정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3㎞가량 떨어진 곳에 신도시로 조성될 예정이었던 '캄코시티' 건설 예정지 전경. 중앙의 부지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다./예금보험공사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로 벌어진 이른바 ‘캄코시티’ 사건의 주범에 대한 78억여 원의 추징금이 대법원에서 취소됐다. 범죄 피해액이 피해자에게 형식적으로라도 반환된 상황에서는 추징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최근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4년에 78억 1200만원 추징을 선고한 원심 중 추징금 부분은 파기하고 나머지 상고를 기각했다.

이씨가 운영하던 월드시티는 2000년대 부산저축은행 그룹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캄코시티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다 부산저축은행의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로 파산해 사업이 중단됐고, 수천억원을 투자했던 부산저축은행은 2012년 파산했다.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이씨 측으로부터 대출 원금과 이자 등 6700억여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예보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이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포착해 2020년 7월 기소했다. 이씨는 2017년 9∼11월 배우자가 컨설팅 용역을 제공한 것처럼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법인 A사와 허위 계약을 맺고 600만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사업 실패 후 캄보디아에서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는 2019년 11월 국내로 송환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이씨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2심은 이씨에게 징역 4년에 78억 1200만원(600만달러) 추징을 선고했다. 이씨가 빼돌린 600만달러는 당초 배우자가 갖고 있다가 수사 중 A사 계좌로 반환됐다. 2심 재판부는 “이씨는 A사 대표이사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입출금을 반복하는 등 사실상 범죄 피해 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추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르면, ‘범죄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해 재산반환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혐의는 인정했지만 추징 부분은 모두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씨가 A사 계좌에 600만달러를 입금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산상 피해는 범죄 이전 상태로 회복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씨가 600만달러를 임의로 사용하는 등 새로운 횡령죄를 저지를 가능성에 대해 검사가 증명하지 않는다면 몰수‧추징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추징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는 기각해 이씨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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