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두산 2027년부터 5년간 잠실주경기장 쓴다
접근성 나빠지고 주차 불편...흥행 악영향 가능성
잠실 주경기장이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임시 야구장으로 변신한다. 현재 LG와 두산이 함께 쓰는 잠실구장 자리엔 새 야구장이 들어선다. 3만 명을 수용할 돔 형태의 신축 구장은 한화 그룹이 중심인 컨소시움이 5000억원 안팎의 민자로 짓고 4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 착공은 2027년, 개장은 2032년 3월 예정이다.
서울시는 9일 돔 구장을 새로 짓는 동안 주경기장을 대체 야구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LG와 두산은 2026시즌까지 기존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하고, 2027년부터 5년간 임시 구장을 쓰다 2032년 새 집으로 이사를 한다.
돔 구장은 계절이나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아 쾌적하게 경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팬들이 임시 구장으로 가기가 상대적으로 불편해 질 전망이다. 또 KBO(한국야구위원회)와 LG, 두산으로선 한 시즌 프로야구 전체 입장객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잠실 구장의 ‘흥행 파워’가 떨어져 손해를 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임시 구장 1만8000석...고척 등은 배제
서울시는 최대 6만명을 수용하는 주경기장을 1만8000석(1~2층) 규모로 리모델링 한다. 축구장과 육상 트랙을 야구 필드로 바꾸고, 더그 아웃과 선수 지원 공간 등을 마련한다. 2026년 2월까지 설계를 마친 뒤 공사를 거쳐 2027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당초 서울시는 목동 구장이나 고척돔을 대체 야구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목동(최대 1만6000명 수용)의 경우 인근 주민들이 수년 전부터 소음과 조명 불빛으로 인한 공해 문제를 제기해 현재는 고교 야구의 오전·낮 경기만 열린다. 프로야구 구단인 키움이 안방으로 쓰는 고척 돔 역시 수용 관중이 1만6000명으로 잠실(2만3750석)에 비해 적고,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
서울시가 잠실을 희망한 두 구단의 의견을 반영해 잠실 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바꾸기로 한 뒤에도 좌석 규모가 이슈가 됐다. 시는 강남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MICE)로 개발하는 대규모 공사가 함께 예정되어 있어 야구 관람객 안전을 위해 수용 인원을 1만 명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공사 때문에 이동 통로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시와 KBO, LG, 두산은 통합협의체(TF) 현장 점검과 실무 협의를 거쳐 대체 야구장의 좌석수를 1만8000석으로 최종 결정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임시 구장을 쓰면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고, 팬들도 불편함을 겪겠지만 1만 8000석을 확보한 점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SSG가 인천시 청라동에 짓는 돔 구장이 2028년 개장하고, 2032년 잠실 돔 구장이 들어서면 기존 고척 돔까지 수도권에 돔 구장 3개가 운영된다.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등 국제 대회를 유치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접근 편의성 떨어지고, 주차 힘들어질 듯
현 잠실구장은 대중교통으로 가기 편리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바로 연결되며, 버스 노선도 많다. 하지만 이곳을 비롯해 잠실학생체육관 부지에 전시장과 업무시설 공사가 시작되면 지금의 2호선 5~8번 출입구 쪽은 출입이 통제 된다.
서울시는 봉은교 방향 서쪽 진출입로의 인도 폭을 넓히고, 백제고분로 방향의 동쪽에 공사 구역과 구분되는 보행 전용 통로를 새로 설치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체 야구장은 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람객들의 편의에 초점을 맞춰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팬들이 임시 구장으로 가기 위한 동선은 지금보다 수백 미터 이상 길어진다. 차를 가지고 올 경우 탄천 주차장 등 멀리 떨어진 곳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6년엔 야구장 개발 플랜이 지금과 달랐다. 당시 시는 2023년 봄까지 새 야구장을 한강과 가까운 지금의 보조 경기장 부지에 완공하고, 야구장 옆 올림픽대로 400m 구간을 지하화해 한강공원과 연결하기로 했다. 3만5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은 한강이 가깝게 보이도록 지어 바다를 끼고 있는 MLB(미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 구장인 오라클 파크와 비슷한 분위기를 내도록 구상했다. LG와 두산은 기존 잠실구장을 쓰다 새 구장으로 이전하면 되므로 관객들도 불편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새 야구장 부지인 보조경기장이 시유지가 아니라 국유지여서 정부와 개발 논의를 하는데 난항을 겪었고, 결국 지난 수 년간 수정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계획으로 바뀌었다. 보조경기장 자리엔 야구장 대신 농구 경기 등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콤플렉스가 세워진다.
잠실 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하고, 돔구장이 문을 연 뒤 주경기장을 예전처럼 복구하는 데 필요한 400억원 안팎의 돈을 어떻게 충당할 지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은 “주경기장 리모델링을 했다가 원상 복구할 돈을 목동 구장 증축과 조명 빛·소음 저감에 투자한다면 임시 프로 구장으로 손색이 없고, 나중에 아마추어 야구 발전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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