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목마른 사람에 바닷물?”-野 “지역경제 위기 극복”…민생회복지원금 평행선
정부 한은 일시대출, 상반기에만 91.6조…野 “긴축·감세, 양립불가능”
한은 고금리 기조 재고 요구…기재부 출신 안도걸 “금리인하 신중해야”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전 국민 25만원 지원)’ 지급을 압박하는 가운데 여야가 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진행된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게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전 국민 25만원은 총액으로 13조원”이라며 “13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살포됐을 때, 한국은행이 장기적인 물가 목표 달성을 해야 되지 않나. 물가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가”고 질의했다.
이 총재는 “물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금 현재 경제 상황이, 성장률이 전체적으로 봐서는 2.5%를 저희가 예상하고 있다”며 “수출은 호조적인데 반해 취약계층이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재정지원을 하게 되면 전략적으로 ‘타깃’을 해서 해야 된다는 입장을 그동안 주장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25만원 전 국민 지원에 대해서 ‘경제 심폐소생술’이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잘못된 갈증 해소법’이라고 보고 있다”며 “목마른 사람에게 바닷물을 먹이는 것이고, 바닷물을 주는 것은 갈증을 더 심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중에 13조원이라는 대규모의 돈이 풀리면 인플레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기본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군산 사례를 언급하며 “(지역화폐로) 위기를 극복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지역화폐의 지역경제 기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은행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며 “환율에 따라서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독립적으로 역할을 하시니까 좀 역할을 한번 해 주시라”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저희 입장에서 볼 때는 지역화폐는 사실 재정지출과 같은 것”이라며 “‘화폐’라고 불리지만 바우처라고 생각하고 있고, 재정지출의 효과 같은 분석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전 대표가 발의한 ‘2024년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1호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민생회복지원금의 지급 근거법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7월 임시국회 중 해당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선별적·차등 지원 얼마든지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에서는 정부의 감세 정책과 세수 부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태년 의원은 정부가 올 상반기에만 91조6000억원의 한은 일시대출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한 뒤 “정부는 양립 불가능한 정책을 펴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긴축정책, 한쪽에서는 감세정책, 그러면서 재정건전성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결국 세수 등에 있어서 차질이, 애초에 추정치나 추계치보다 안 들어오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 운용에 있어서 잘못된 게 있기 때문에 결국 이 제도를 어찌 보면 마치 상설적인 것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국은행의 고금리 기조에 대한 재고 요구도 나왔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미국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지금 대두되고 있지 않은가. 알다시피 이미 유럽중앙은행이라든가, 캐나다 이런 데는 인하를 선제적으로 했다”며 “우리나라도 그 나라들처럼 인하할 문제에 대해 검토해 보셨나”라고 물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언급하며 “채무 재조정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다만 기재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의 독립적 지위를 강조하며 “저는 금리 인하에 대해 조금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미 대선 이후 거시경제 전망, 환율,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우리가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그 실익보다 경제적 부작용이 클 것이라 보여지고, 통화정책의 운신의 폭이 좀 더 좁아지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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