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이 생겼죠" 카리나 시구→코스프레까지…올스타위크 빛낸 19세 깜짝스타의 속내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마침 비가 와서 더블헤더가 된 게 저한텐 천운이었죠."
아직도 그 순간을 돌아보면 꿈만 같다. 까까머리 고교생을 갓 벗어난 롯데 자이언츠 박준우(19)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2024년 6월 9일. 대세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한 날이다. 그날 박준우는 카리나의 시구 지도로 나섰다. 사방팔방에서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고.
모두가 탐냈을 그 자리. 카리나의 시구 지도를 새까만 신인 박준우가 맡게 된 이유는 뭘까.
"운이 좋았죠. 더블헤더라 카리나님이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구 지도로 대기할 수도 없었고, 또 가르칠만한 사람들은 다 경기 준비해야되잖아요."
유신고 출신 박준우는 올해 퓨처스(2군)에서 선발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고교 시절 최고 144㎞의 묵직한 직구를 던졌고, 1m90의 당당한 체격이 돋보인다.
11경기에 선발출전, 50⅓이닝을 책임지며 3승3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중이다. 이민석 박진 등 퓨처스 선발로 뛰던 선수들이 모두 1군에 올라간 상황,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박준우는 "그래도 2군에서 추천을 한 거니까, 제가 평소에 생활을 잘해서 이름이 올라간 게 아닐까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2군이라도 고교와 프로는 급이 다른 무대라는 걸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신인이니까, 일단 4사구를 최대한 줄이고 과감하게 던지려고 노력중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날 박준우는 다른 일 때문에 이미 사직에 와있었던 상황. 다만 더블헤더 때문에 경기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구단에선 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준우에겐 결과적으로 더 뜻밖의, 큰 행복이 됐다.
구단 유튜브 자이언츠TV를 통해 카리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박준우의 모습이 퍼지면서 적지않은 화제도 됐다. 박준우도 "주변이 난리가 났죠. 그날 카톡에 불이 났어요. 유튜브에 '카리나 시구' 영상 올라간 뒤론 또 한번 핸드폰이 난리였죠"라며 웃었다.
가까이에서 본 카리나의 미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박준우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화면하곤 비교도 안됩니다. 정말 비현실적이었어요"라며 새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투구는 예상보다 훨씬 잘해서 박준우는 멋이나 폼 위주로 조언을 했다고.
박준우에겐 꿈의 무대인 사직구장에서 팬들 앞에 인사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박준우는 "큰 꿈이 생겼죠. 1군에서 주요 선수로 자리매김한다면, 다른 연예인들께 시구를 또 가르칠 수도 있잖아요? 일단 그날은 운이 좋았던 거고, 그렇게라도 1군 구장에 있는 것 자체로도 좋았어요"라며 웃었다.
"그날 사직에 진짜 사람이 꽉 찼잖아요. 내가 이 팀 선수라는게 실감이 안났고,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야구를 한다는 게 정말 부러웠어요. 또 젊은 형들도 있으니까 나도 꼭 하고 싶다 그런 자극이 됐습니다."
박준우는 지난 5일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사직 카리나'로 등장, 카리나 코스프레를 하고 '슈퍼노바' 춤을 춰 팬들을 경악시켰다. 목나경 치어리더에게 1대1로 철저하게 과외를 받았다고. 박준우로선 또하나의 자랑거리 적립이 아닐까. 카리나 시구 때 만큼이나 휴대폰에 불이 났을 것이다. 퓨처스 첫 베스트퍼포먼스상의 영광도 안았다.
1군에서 나름의 성과를 냈던 2년 선배 이민석은 박준우에게 있어 '내 곁의 슈퍼스타'다. 지난 5월까지 2군에 머물렀었고, 체형도 비슷하다보니 금방 가까워져서 많이 배웠다고.
박준우는 이날 인터뷰에서 '더 높은 곳'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프로 와서 확실히 공에 힘이 붙었어요. 구속도 전보다 잘 안 떨어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라면서도"2군과 1군은 또 전혀 다른 무대잖아요. 압박감이 완전히 다를 것 같아요"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후반기에는 확장엔트리 때 꼭 1군에 올라가고 싶습니다. 꿈꾸는 미래가 예상보다 조금 일찍 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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