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해안 거점 공항 잃었다…연이은 패배에 잔인해진 보복
미얀마 반군부·민주 진영이 서부에서 군부 거점 공항을 빼앗는 성과를 올렸다. 점점 통제 영역을 잃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민간인 대상 공습을 확대했으며, 일각에선 금지된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AA)은 서부 라카인주 탄드웨공항을 점령했다고 최근 밝혔다. 탄드웨공항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북서쪽으로 260㎞ 떨어져 있다. 아라칸군은 텔레그램에 성명을 내 “해당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로 미얀마군 400명 이상을 사살했고 탄약 보관소를 확보했다. 탄드웨에서 군부가 점령한 기지는 55보병대대만 남았다”고 밝혔다.
4년째 군부와 반군부 진영 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 반군부 진영이 공항을 점령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AP는 전했다. 해당 공항은 라카인주의 6개 공항 중 하나다. 아라칸군은 탄드웨 일대를 점령하기 위해 지난 4월13일부터 공세를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미얀마군 750명 이상을 사살했다. 이번 성과가 더해지며 미얀마 서부 해안 일대를 점령할 길을 여는 한편 라카인주 북부 대부분을 통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라칸군은 미얀마 내 소수민족 무장단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한 축에 꼽힌다. 이들은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지난해 10월 말 ‘형제동맹’을 구축하며 군부를 상대로 대공세를 시작했다. 아라칸군은 “라카인주 17개 타운십 중 11개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남은 군부 기지를 계속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들어 미얀마 군부는 민간인 대상 공습을 대폭 늘렸다. 최근 미얀마의 비영리 감시 기관 ‘냔 린 팃 애널리티카’는 올해 1~4월 미얀마 공군의 공습을 추적해보니 총 819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민간인 359명이 숨지고 756명이 다쳤다. 올해 발생한 공습은 하루 약 6.76건으로,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총 공습 건수는 2400여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2023년을 합친 것(1652건)보다도 많다.
제재를 피한 연료 수입이 미얀마군의 공습 확대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날 보고서를 내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공급된 연료가 베트남 호찌민시 근처의 항구에서 중국 국적의 선박에 실려 미얀마 양곤 근처 띨라와 항구로 운송됐다고 추정했다. 군부 쿠데타 이후 여러 국가가 미얀마에 항공 연료를 공급하는 업체를 제재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우리가 이미 그 공급망을 폭로했는데도 불구하고 미얀마군은 똑같은 중국 선박과 베트남 회사에서 항공 연료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미얀마군이 제재되지 않고 있으며 여러 국가가 공모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가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비롯한 반군부 진영에 잇따라 패배하면서 보복으로 민간인 대상 폭력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면서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시민방위군(PDF) 부상자들을 치료했던 여러 의사들은 이들이 발열 같은 감염 증세를 동반하지 않으면서도 상태가 급속히 나빠지는 괴사를 겪었다고 전했다. 상처가 전부 검게 변하고,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나오는 등 일반적인 폭발 사고 상처와 달랐다는 것이 생존자와 의료진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밖에도 여러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미얀마군이 화학 무기를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호흡 곤란과 구토를 유발하는 가스를 맡았다거나, 동네에 들어서니 공기 중에 흰 연기가 떠돌고 있었고 곧 눈이 타는 느낌이 났으며 방향 감각을 잃었다는 등의 증언이 나왔다.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화학무기의 생산, 보관, 사용을 금지한다. 군인을 자극하거나 방향을 잃게 할 수 있는 물질,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물질 등이 포함된다. 미얀마는 CWC 비준국이다.
다만 이러한 의혹은 아직 검증되진 않았다. 유엔 미얀마독립조사기구(IIMM)는 “화학 무기 사용에 대한 의혹을 인지해 조사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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