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홍명보 감독 '대표팀 부임' 관련 입장 발표..."팬들의 감정 존중"→후임 사령탑 작업 진행

오종헌 기자 2024. 7. 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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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울산HD
사진=울산HD

[포포투=오종헌]


울산HD의 김광국 대표가 최근 홍명보 감독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부임과 관련해 팬들에게 입장을 전했다.


울산은 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울산 HD 팬 여러분, 홍명보 감독 관련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립니다"라며 김광국 대표이사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 정식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이 결정됐다. 한국은 지난 2월 중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부임 초기부터 잦은 외유로 논란이 일었던 그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분 끝에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떠났다.


3월 A매치 전까지 정식 사령탑을 선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에 임시 감독 체제로 결정됐고,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태국과 홈, 어웨이 2연전을 치른 한국은 먼저 안방에서 1-1로 비기며 아쉬움을 삼켰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들어 태국에 동점골을 내줬다.


사진=KFA
사진=KFA

다시 팀을 재정비한 한국은 다행히 원정에서 3-0 대승을 기록했다. 이재성, 손흥민, 박진섭이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정식 사령탑 선임 작업이 진행됐지만 소득은 없었다. 제시 마치 등 구체적인 이름들이 거론됐지만 모두 무산됐고, 6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로 진행됐다.


이번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무를 맡았다. 결과는 좋았다.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싱가포르 원정에서 7-0 대승을 거뒀고, 중국마저 잡아내면서 여유롭게 2차 예선을 통과했다. 한국은 이제 9월 A매치 기간 3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떠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임생 기술 이사가 그를 대신해 외국인 지도자 면접을 위해 유럽 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아시안컵까지다.


사진=KFA

앞서 대한축구협회(KFA)는 7일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다음날 이임생 기술이사의 브리핑이 있었다. 그는 "K리그, 울산 팬들, 울산 구단 분들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홍명보 감독님을 보내주시기로 한 건 감사하다. 울산 팬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울산을 계속 응원하겠다.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울산 팬들은 분노했다. 공식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공식채널을 통해 "처용전사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KFA에 요구해 왔다. 그것이 한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사진=KFA

그러면서 "하지만 KFA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 KFA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처용전사'는 "KFA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며,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HD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댓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하 울산HD 김광국 대표 전문]


울산 HD 팬 여러분, 홍명보 감독 관련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립니다.


홍명보 감독이 떠납니다. 많은 팬분들이 속상해합니다. 또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충분히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합니다. 우리 팬분들의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거의 똑같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평생 나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나를 떠나간다고? 거짓말쟁이!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한테 약속했잖아, 저 딴 애보다 내가 훨씬 멋있다고 했잖아“ 이런 감정 말입니다.


홍 감독은 국대로 갑니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겁니다.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에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며 요청을 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전달되었습니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 구단에 2개의 별을 달아준 감독입니다. 자식을 둘이나 낳고 3년 반이나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보내주는 게 좋을까요? 사랑하던 사람과의 헤어짐에는 일방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떠난다고 했을 때,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했던 둘의 맹세를 떠올리며 배신감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겁니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했고,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멋지게 보냈으면 합니다. 홍 감독이 꽃길만 걸을 수도 있고,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어려운 상황에도 그때마다 우리 구단과 팬들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멋진 날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새로운 훌륭한 감독 모셔와서 행복하게 잘 살 겁니다. 처음에 홍감독에 대해서도 일부 미흡한 마음을 느끼셨던 분들도 있는 것처럼, 처음엔 미흡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감독도 강력한 구단과 멋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홍명보 감독 후임 감독에 대한 작업을 열심히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구단을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의 목표인 리그 3연패도 흔들림 없이 달성합니다. 내년도 클럽월드컵에서도 멋지고 치열한 경기력으로 세계 최고의 클럽팀들 사이에서도 팬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자랑스러워할 빛나는 시간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설영우, 마틴 선수를 보낸 것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응원하며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울산의 팬이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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