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심위에 류희림 '민원사주' 판단 넘긴 권익위… "책임 회피 꼼수"

박재령 기자 2024. 7. 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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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사주' 신고 7개월 만에 법 위반 언급 없이 방심위 송부
대리 변호인 "무책임한 태도" 방심위 노조 "류희림 면죄부"
커지는 방심위원장 연임 가능성… 최근 인사 검증 절차 밟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달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방심위로 송부해 사실상 '사건 종결'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고를 대리한 변호인과 방심위 노조 측은 권익위가 책임 회피성 '꼼수'를 썼다는 입장이다.

권익위는 지난 8일 '민원사주'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들 간, 그리고 류 위원장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류 위원장이 가족 등의 민원 사실을 알고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면 경찰에 이첩하거나 해당 사항이 없으면 사건 종결 처리하는데 이첩대상인지 종결처리 대상인지 명백하지 않아 방심위 송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 신고를 대리한 박은선 변호사는 9일 미디어오늘에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송부 결정의 취지가 '이해충돌 사안으로 인정됐으니 관련 처분을 하라'가 아닌 '류 위원장이 류 위원장의 사안을 알아서 처리하라'는 걸로 보인다”며 “김건희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해 비난받는 상황에서 방심위 건으로 비난이 더 커질까 '꼼수'를 쓴 것 같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가족 등의 민원 제기 사실을 모른 채 심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은선 변호사는 “피신고자(류희림)는 통상 의혹을 부인하기 마련인데, 피신고자가 부인하고 관련자 진술이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권익위가 판단을 회피할 수는 없다. 권익위는 증거로 판단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관련 기사 : 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타임라인… 가족 민원 정말 몰랐나]

▲ 지난 1월3일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동주관으로 류희림 방심위원장 '즉각 해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윤유경 기자.

권익위는 방심위 송부 근거로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 22조 5항을 들었다. 박 변호사는 “시행령 제22조에 따른 송부는 '이첩대상인지 명백하지 않을 때' 또는 '종결처리 대상인지 명백하지 않을 때' 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은 명백한 이해충돌 사안인데 뭐가 명백하지 않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권익위는 류희림 위원장이 주장한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 신고에 대해선 서울경찰청 이첩을 결정했다. 방심위원장 관련 신고는 방심위로 넘기면서 방심위 직원에 대한 신고는 경찰로 이첩한 것이다. 류 위원장은 가족 등의 민원인 정보가 유출돼 권익위 신고와 언론 보도(뉴스타파)가 이뤄졌다며 유출로 방심위 신뢰가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은선 변호사는 “권익위는 신고자 보호를 사명으로 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민원사주 관련) 신고자가 경찰 이첩 건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이 실제 그런 의심으로 신고자를 괴롭히기 위해 개인정보 유출로 신고한 것이라면 권익위의 경찰 이첩 결정은 악의적이다. 오히려 권익위는 수사기관(경찰)에 신고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면책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어야 했다”고 했다.

방심위 직원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에 대해선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방심위 직원들을 압수수색했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담당수사관조차 '설령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더라도 공익제보 준비 과정에서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으로 면책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수사의뢰가 있었으니 부득이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 1월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6층 방심위 민원상담팀 앞. 김준희 언론노조 방통심의위 지부장이 취재진에 노조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재령 기자

권익위 결정에 방심위 노조도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방심위 노조)는 9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무책임한 '류희림 면죄부' 송부를 규탄한다> 성명을 내고 “류 위원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면죄부를 발행해 책임을 방심위에 떠넘겼다.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 주무부처라는 간판을 내리기 바란다”고 했다.

방심위 노조는 “권익위는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채, '류희림은 부정하고 있다'는 말 한 마디로 모든 증거들을 배척했다”면서 “1년 6개월이 지난 방송에 대해 오타까지 똑같은 무더기 민원들을 근거로 방심위는 뉴스타파 인용보도 방송사들에게 유례없는 '과징금'을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도 9일 성명에서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권익위가 판단을 내릴 수 없다면 경찰에 이첩해 수사를 의뢰하면 될 일”이라며 “경찰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민원사주인지, 개인정보 유출인지 신속하게 수사하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월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고 현재 서울양천경찰서로 이첩된 상태다.

이번 권익위 결정을 놓고 방심위 안팎에선 류희림 위원장의 방심위원장 연임 절차가 공식화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한 방심위 직원에 구두로 연임 관련 규정 및 전례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고 류 위원장은 최근 인사 검증 동의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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