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당국, 첫 원자재 조각투자 허용 검토

이종혜 기자 2024. 7. 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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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열매컴퍼니, 구리 투자계약증권 발행 추진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미술품, 한우 등 비정형 증권이 승인된 지 6개월 만에 금융당국이 첫 원자재 조각 투자 허용을 검토 중이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열매컴퍼니가 함께 '구리' 등 원자재 조각투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금융감독원에 원자재 투자계약증권 가능 여부를 검토 요청하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협의하고 있는 단계로 확인됐다.

그간 LS전선은 예측되지 않았던 구리 가격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선물거래를 하면서 헷지(Hedge)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관리해 온 만큼 열매컴퍼니와 함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해 추가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계약증권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구리재고 자산을 확보한 LS전선 입장에서도 부담이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열매컴퍼니에서 구리 등 원자재의 투자계약증권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검토 요청한 지 3개월 이상이 소요됐지만, 승인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열매컴퍼니의 미술품 조각투자가 허용됐을 때도 투자계약증권 효력 발생은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조각투자업체의 사업재편 승인한 지 5개월 만에야 이뤄졌다. 투자계약증권의 기반이 되는 현물자산에 대한 가치 평가가 모호하고, 투자자 보호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자재는 투자 난이도가 높다. 특히 개인이 투자하기엔 장벽이 높다. 때문에 열매컴퍼니가 국내 1위 전선기업인 LS전선과 협업해 첫 원자재 조각투자에 나선 것이다. LS전선과 협업해 하방 손실을 막는 구조를 고안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조각투자란 투자 대상 자산을 여러 지분으로 쪼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투자하는것을 말한다. 음악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쪼개서 거래하는 조각 투자는 일반화된 상태다.

올해부터 비금전 자산에 대한 신탁수익증권이 자본시장법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조각 투자 발행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조각 투자에 대한 증권성을 판단한 후, 각 업체들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이나 규제 샌드박스(유예제도)를 받아 '신탁수익증권' 형태로 조각투자 청약을 진행한다. 비금전 자산의 지분을 쪼개 투자하는 신탁수익증권과 달리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에 가깝다. 발행사가 해당 상품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당국의 높은 심사기준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 가늠해보면 구리 등 원자재가 증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원자재 조달, 처분'과 '투자자 보호' 등이 관건이다. 통상적으로 제조업계에서 원재료 가격상승은 악재로 여겨지지만, 전선업계는 다르다. 계약 시 구리등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물가변동과 계약금액을 연동하는 제도) 조항을 포함하기 때문에 구리 가격이 오르면 이 조항에 따라 가치는 더 높아진다. LS전선이 고객사와 계약을 진행할 때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제품가에 반영되면서 매출이 증가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구리 가격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산업 금속으로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맞물려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열매컴퍼니가 미술작품의 투자계약증권 제출 당시에도 3차례 정정을 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이 가장 주목한 부분이 바로 투자자 보호다. 투자계약증권을 청약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투자위험을 상세하게 서술하도록 했다.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인 미술품이 약정기간 이후 매각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익부터 조각투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변화, 세법 변경과 미술품 과세 강화에 따른 위험까지 담도록 했다. 투자원금 미보장도 명시했고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을 예비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도 추가한 바 있다.

문제는 검토 과정이 3개월 이상이 소요되면서 구리값이 투기 자금 유입과 공급 부족 우려 속에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 자산으로서 매력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최저점을 찍은 구리가격은 늘어나는 AI데이터센터 등 장기수요 전망, 탄소배출권 등 영향으로 이미 올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값은 지난 2월12일 톤당 8058달러에서 급상승하기 시작해 6월 1만900만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날 기준 9760달러를 기록 중이다.

최근 구리가 원자재 투자 헤지펀드(CTA·Commodity Trading Adviser) 역시 과매수 구간이다. 에너지 전환 추세로 구리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다 투기자금 유입으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CTA는 알고리즘과 통계모델을 기반으로 미리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원자재 등 파생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LS전선은 구리에 장기투자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가격은 우상향할 것으로 보고 시간이 걸려도 승인 후 연내 상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에너지 차원에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것은 구리뿐이라는 관측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해저케이블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LS전선에서 기초자산 매입가를 100% 보장해주는 형태인데다 업사이드를 나누는 구조로 투자계약증권을 통해서 하방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설립된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유동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와 오프라인 아트라운지 취화담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과 토큰증권 예치금 관리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협업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술권 조각투자가 제도권에 안착했고 열매컴퍼니는 조각 투자 증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투자계약증권 1호 회사가 됐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Pumpkin), 이우환 화백의 다이얼로그 등 2개 작품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1000억원 기업가치로 170억원 시리즈B 투자 유치했다. 주요 기관투자자는 KDB산업은행, KDB산은캐피탈, ES인베스터,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DS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유온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이다.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지난해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h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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