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미쓰이광산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들 손배 승소

광주지방법원별관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일제강점기 일본 미쓰이 광산에 끌려가 강제로 탄광작업을 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족이 5년 2개월에 걸친 민사소송 끝에 승소를 거뒀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는 9일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7명의 유족 12명이 일본 니혼코크스공업(옛 미쓰이 광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모두 일제강점기 미쓰이 광산에 끌려가 탄광에 동원된 이들로 현재 모두 숨져 유족들이 민사소송을 승계받았다.

재판부는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노역을 인정하며 각 원고들에게 최소 1333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을 배상하도록 피고에 주문했다.

피해자들은 1940~1945년 사이 주식회사 미쓰이광산에 강제 동원돼 생명을 위협받았다. 미쓰이광산은 지난 2009년 회사명을 니혼코크스공업으로 변경했다.

전남 곡성 출생인 고 김 모씨는 1941년 2월부터 홋카이도 미쓰이 광산 비바이 탄광에 강제동원됐다. 그는 1942년 5월쯤 탄광 낙반사고로 허리와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고 후유장애로 인해 49세였던 1949년에 숨졌다.

영광 출생인 고 장 모씨는 1942년 8월 11일 영광 장터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영문도 모르고 일본 순사들에게 강제 연행됐다. 부산항에서 일본 홋카이도 미쓰이 광산으로 끌려간 그는 약 3년간 탄광에서 채탄작업 등 강제노역을 당했다. 노임은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고 식사 등도 불량해 늘 굶주려야만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함평 출생인 고 김 모씨는 스나가와 광업소 노무자로 강제동원됐는데 생전 "한 방에 20~30명이 넘는 인부들과 잠을 잤고 지나치게 가혹한 노동으로 도망자가 자주 발생했다. 회사는 이를 막기 위해 건물 앞에 초소를 두고 출입문을 자물쇠로 채웠다"고 진술했었다.

이밖에 다른 피해자들은 석탄가루로 인해 기도가 막혀 목에서 피가 나오거나 수년 넘게 밤낮없이 혹사당했고 귀국 후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정인기 변호사는 "일본 외무성이 송달을 거부하면서 재판이 많이 지연돼 5년 2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얻었다"며 "피고 측은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이 오랜 시간이 지난 피해 사실을 입증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고로 참석한 한 피해자의 유족은 "할아버지와 외삼촌이 모두 홋카이도로 강제 동원됐다. 할아버지는 살아서 돌아오셨지만 외삼촌은 숨진 채 돌아오셔야만 했다"며 "일본 전범기업과 일본의 사죄는 없었지만 이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상징적인 재판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 결과를 토대로 남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염원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