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육박 폭염에 때 이른 허리케인···이상 고온 시달리는 미국
미국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이 발생하면서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오리건주에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져 온열 질환으로 숨지는 사람이 나왔고, 텍사스주에는 허리케인 ‘베릴’의 상륙으로 피해가 커지며 사망자가 늘고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폭염이 덮쳐 4명이 사망했다고 8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올해 들어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는 포틀랜드는 2021년 기록적 폭염으로 기온이 46도 이상 치솟아 사망 피해가 속출한 지역이다. 에어컨 등 냉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주택이 많은 곳이라 올여름에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번 폭염은 미국 전역에서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 7일 53.3도를 기록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관광객 1명이 무더위에 숨졌다. 같은 기간 캘리포니아주 레딩은 48.3도, 팜스프링스는 51.5도, 라스베이거스는 48.8도로 역대 최고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미국 전역에선 약 1억3600만명에게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서부의 극심한 더위가 역사를 쓰고 있다”고 표현했다.
반면 텍사스주에는 허리케인 베릴이 들이닥쳤다. 5등급까지 발달했던 베릴은 1등급으로 약화해 텍사스주에 도달했으나 8일(현지시간) 베릴의 영향으로 최소 4명이 숨지고 300만 가구와 상업용 건물에 정전이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휴스턴 인근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달 말 대서양에서 형성된 베릴은 텍사스에 이르기 전 카리브해를 통과하며 5등급으로 세력을 키워 최소 11명의 사망자를 냈다. 4등급 이상 강력한 허리케인이 6월에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연구 자료를 보면 대서양의 열대성 폭풍이 24시간 이내 3등급 이상 허리케인으로 커질 가능성은 1971~1990년에 비해 2001~2020년 두 배나 높았다. 과거보다 더 이르게, 더 강한 수준의 허리케인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상 고온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허리케인은 따뜻한 바닷물을 연료 삼아 몸집을 키우는데, 과거 같았으면 8월 말~9월 수준에 생성될 열에너지가 최근 들어서는 6월쯤부터 대서양 열대권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허리케인 시즌에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17~25개의 폭풍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기후관측시스템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 6월 지구 평균 기온은 16.66도로 역대 6월 기준 가장 높았다. C3S는 “지난달까지 12개월간 세계 평균 지표면 기온은 관측 사상 가장 높았고 산업화 이전인 1805~1900년보다 1.64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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