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꽃미남, 슈퍼소닉이 보는 KBO 흥행 돌풍···이대형 “원천은 다시 뛰는 야구, 더 뛰어야 돼”[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7. 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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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이 지난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슈퍼소닉’ 이대형(41)은 지금 ‘작두 해설’로 유명하다. 지난해부터 SPOTV에서 본격적으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마치 앞을 내다보듯 상황을 설명해주는 해설이 인기다. 지난 시즌에는 염경엽 LG 감독이 내릴 작전을 사인까지 정확히 예측하는 ‘신기’를 발휘했다.

현역 때는 거의 입을 닫고 살았지만 이토록 달변에 야구 지식이 풍부한 선수였다는 사실을 새삼 드러내면서, 선수 출신의 젊은 해설가 중에서도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다. 제2의 야구인생을 연 이대형을 전반기 마지막 해설 현장이었던 지난 4일 대구에서 만났다.

작두해설, 원천은 슈퍼소닉


이대형은 화제가 되고 있는 해설의 원천이 선수 시절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대형은 빨라서 ‘슈퍼소닉’이라 불렸다. 통산 도루 3위(505개)에 최연소 500도루, 최초의 4년 연속 50도루, 역시 최초의 3년 연속 60도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빠른 발을 앞세운, 작전수행능력이 매우 뛰어난 타자였다.

이대형은 “선수 때도 야구 보는 걸 좋아했다. 보면서 혼자 얘기하는 게 습관이었다. 해설도 지금 그런 식으로 별다를 바 없이 하고 있다”며 “웬만한 건 내가 경험을 해서 아는 상황인데, 사실 경기 중 작전하려면 상대 감독님들 성향을 다 파악하는 게 좋아 즐겨했었다. 같은 상황에서도 강공으로 밀어붙일 확률이 높은 분이 있고 작전 낼 확률 높은 감독님이 있다. 나는 도루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 감독님이면 피치아웃을 몇 개 더 할지, 번트 댈 때 수비는 어떻게 하는지 성향을 늘 파악하려고 했었다. 해설을 하다보면 작전 상황 설명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좀 꿰고 있는 편인 것 같다. 주자 움직임만 봐도 어떤 작전이 나올지 사실 예측이 다 된다. 간혹 왜 남의 팀 사인을 간파하고 그걸 방송에서 얘기하느냐는 팬들이 계신데 그거 아니다”고 웃었다.

LG에서 뛰던 시절 2008년의 이대형. 연합뉴스


원조 꽃미남이 보는 2024년 야구 인기


지금은 상세하고 몰입감 있는 상황 설명과 화법으로 인기를 끄는 해설가가 됐지만, 이대형은 프로야구의 원조 꽃미남이다. 지금도 여전한 외모와 체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대형은 선수 시절 늘 가장 잘 생긴 선수로 뽑히곤 했다. LG에서 뛰던 그 시절, 선물과 편지를 가장 많이 받는 선수였다.

이대형은 “우리 때는 출근할 때 팬들이 와서 선물을 안겨줬다. 손편지랑 같이 도시락을 많이 주셨었다. 라커에서 받은 도시락 쫙 펼쳐놓고 오늘은 누가 많이 받았나 경쟁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직접 가까이서 만나고 이야기 했었는데, 지금은 또 트렌드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엔 팬들이 우리에게 서비스를 해주셨다면, 지금은 안전펜스 쳐놓고 선수들이 팬들을 찾아가 사인하고 사진찍는 것으로 바뀐 듯하다”며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는 선수들이 좀 더 열고 100% 팬들한테 다가가면 야구장 열기는 더 뜨거워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야구는 인기 폭발이다. 최초로 전반기에 600만 관중을 돌파했고 훈훈한 젊은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여성 팬들도 급증했다.

이대형은 야구 인기를 위해서 단순히 외모보다 재능있고, 캐릭터 강한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대형은 “요즘 보면 잘 생긴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여성 팬들도 굉장히 늘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뛰는 선수들도 더 나와야 하고, 캐릭터 확실한 선수가 있어야 한다. 요즘 롯데 하면 황성빈이 생각나듯이, 그렇게 빠르고 박진감 넘치고 캐릭터 있는 선수가 팀에 한 명씩은 필요하다. 이 팀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선수가 있어야 더 폭넓은 팬층이 유입될테고 야구가 더 인기를 얻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형 SPOTV 해설위원이 지난 4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 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다시, 뛰는 야구, 나의 기록도 마구 깨줬으면


프로야구에서 ‘대도’의 맥을 이어오던 이대형의 은퇴 이후, 뛰는 야구의 흐름은 사실상 끊겨 있었다. 야구 인기에 더 불을 붙이기 위해, 이대형은 과거 자신이 뛰었던 시절처럼 뛰는 야구가 필요하다고 했다.뛰는 야구 전성시대 때 대표주자였던 이대형은 “올시즌을 보면 타고투저, 그리고 주자들이 많이 뛴다. 이런 야구가 될 때 흥행이 잘 되는 것 같다. 답답하던 야구가 올해는 뚫려서 시원시원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대형은 “최근 보면 도루왕이 도루 30~40개 정도에서 나온다. 경기 수도 144경기로 늘었으면 50개는 넘어야지 하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나올 것 같다. 50도루 타자가 3명 정도까지도 나올 수 있고 60개 도루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사실 홈런보다 스피드를 더 좋아한다. 나도 젊었을 때 의외로 여성 팬보다 어린이 팬이 굉장히 많았다. 사인받으면서 ‘오늘도 도루 해주세요’ 말하고, ‘더 빨리 뛰어주세요’라고 편지 쓰는 어린이들이 정말 많았다. 뛰는 선수들이 있어야 아이들도 야구를 좋아하고 인기도 올라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대형은 빨리 자신의 도루 기록들이 깨지기를 기원한다.

이대형은 “올해 타자들이 많이 뛰고 있지만 향후에도 500도루 정도의 기록을 누가 깰 수 있느냐고 물으면 딱 짚이는 타자는 아직 없는 것 같다. 도루 자체가 변수가 많은 분야다. 나 역시 무조건 통산 최다도루는 이대형이 할 거라고들 했지만 정말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커리어가 끝났다”며 “하지만 꼭 그 기록들을 깨고 새 기록을 쓰는 타자들이 나오기를 바란다. 500개, 600개 뛰는 타자들이 마구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

대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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