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거센 반발에 수습 나선 울산…“홍명보 감독, 우리가 보내주는 것”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울산HD 서포터스 처용전사를 비롯한 다수의 팬들이 홍명보 울산 감독이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는 게 확정되면서 거세게 반발하자,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직접 나서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이사는 “팬들의 감정을 존중한다”며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은 9일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뗀 뒤 “홍 감독이 떠난다. 많은 팬분들이 속상해한다. 또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한다.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한다”고 김광국 대표이사 이름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주는 것이다.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에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며 요청을 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전달됐다”며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울산은 “홍 감독은 우리 구단에 2개의 별을 달아준 감독이다. 자식을 둘이나 낳고 3년 반이나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보내주는 게 좋을까요”라며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한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멋지게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 감독을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내정한 후, 이튿날 공식적으로 선임을 발표했다. 축구협회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홍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7 사우디 아시안컵까지”라고 발표했다.
당초 홍 감독이 지난 2월 유력한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거론되자 “제 의지와 상관없이 언론에 이름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불편했고, 또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한 데다, 최근까지도 “제 입장은 같다. 팬들께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루머를 일축하는 등 번번이 거절 의사를 표명했던 것을 떠올렸을 때 울산 팬들 입장에선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울산 팬들은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감독을 빼간 축구협회를 겨냥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처용전사는 결국 “축구협회의 결정은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축구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이사는 “울산 팬분들에겐 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에서 홍 감독을 보내주시기로 약속했기에 너무나 감사드리고 죄송한 마음이 있다. 울산 팬분들에게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울산을 계속해서 응원해 가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울산 팬들의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자, 울산은 입장문을 낸 것이다. “홍 감독이 꽃길만 걷을 수도 있고,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행복한 순간에도, 어려운 상황에도 그때마다 우리 구단과 팬들을 생각하면서 우리와의 시간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는 울산은 “우리는 새로운 훌륭한 감독 모셔와서 행복하게 잘 살 것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후임 감독 선임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믿고 기다려 주시면 목표인 리그 3연패도 흔들림 없이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후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다. 울산의 팬이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김광국 대표이사 명의 울산HD 입장문 전문.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립니다. 홍명보 감독이 떠납니다. 많은 팬분들이 속상해합니다. 또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합니다.
우리 팬분들의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거의 똑같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평생 나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나를 떠나간다고? 거짓말쟁이!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한테 약속했잖아, 저 딴 애보다 내가 훨씬 멋있다고 했잖아” 이런 감정 말입니다.
홍 감독은 국대로 갑니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겁니다.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에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며 요청을 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전달되었습니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 구단에 2개의 별을 달아준 감독입니다. 자식을 둘이나 낳고 3년 반이나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보내주는 게 좋을까요?
사랑하던 사람과의 헤어짐에는 일방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떠난다고 했을 때,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했던 둘의 맹세를 떠올리며 배신감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겁니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입니다. 멋지게 보냈으면 합니다.
홍 감독이 꽃길만 걷을 수도 있고,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어려운 상황에도 그때마다 우리 구단과 팬들을 생각하면서 우리와의 시간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새로운 훌륭한 감독 모셔와서 행복하게 잘 살 겁니다.
처음에 홍 감독에 대해서도 일부 미흡한 마음을 느끼셨던 분들도 있는 것처럼, 처음엔 미흡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감독도 강력한 구단과 멋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홍명보 감독 후임 감독에 대한 작업을 열심히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구단을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의 목표인 리그 3연패도 흔들림 없이 달성합니다.
내년도 클럽월드컵에서도 멋지고 치열한 경기력으로 세계 최고의 클럽팀들 사이에서도 팬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자랑스러워할 빛나는 시간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설영우, 마틴 선수를 보낸 것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응원하며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울산의 팬이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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