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채상병 특검법'에 "위헌성 가중돼 의결된 법안"...재의요구 건의[종합]

박성재 법무부 장관 브리핑 열고 "위헌 요소 수정·보완되지 않고, 오히려 가중"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법무부가 22대 국회에서 재차 의결된 이른바 '채상병 특별검사법안'에 대해 "위헌성이 가중된 형태로 반복 의결된 법안"이라고 밝혔다.

박성재 법무부장관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법률안은 지난 5월 정부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오히려 위헌성이 더욱 가중된 법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절차적으로도 20일의 숙의기간을 특별한 이유없이 배척하고, 여당과 충분한 협의나 토론 없이 일방적인 입법청문회를 거친 뒤 수적 우위만으로 강행 통과됐다"며 "이에 정부는 오늘 국무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법안이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야당이 행사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며,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한 경우에 보충적·예외적으로 특검이 도입돼야 하나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특검에게 재판 진행 중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되고,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특별검사에 의한 실시간 브리핑과 과도한 수사 인력 및 기간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상존한다는 점 등을 재의요구의 근거로 내세웠다.

특검의 실시 기간이 최장 150일로서 역대 최장기간에 해당하고, 앞선 특검과 달리 준비기간 중에도 수사가 가능하게 해 과잉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예산정책처는 특검 비용을 약 76억원으로 추산했지만, 통산 추산보다 많은 비용이 들뿐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의 일부 혐의라도 기소할 경우 그 재판에 소요되는 인력 및 비용이 더욱 확대돼 투입되는 국민 혈세가 막대한 액수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본 법안의 추진 목적은 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아닌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재의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위헌성이 가중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한다는 점을 고려해 법무부는 재의요구를 건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검을 야당이 추천한 전례가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입장이 다를 수 있는 정당, 정부 간의 합의나 수용이 전제돼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하고 사실관계나 배경이 다르다"고 답했다.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이해충돌은 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여러 논의가 있다"며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