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 없는’ 전공의, 사직 처리 시작되나…“병원 복귀? 변한 것 없다”
각 수련병원에 공문…“결원 확정 후 17일까지 하반기 모집인원 신청”
면허정지 철회에도 전공의 복귀 전망 ‘캄캄’…“2월 사직서나 수리할 것”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 거취에 대해 5개월째 이어진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오는 15일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사직 처리'를 해달라고 각 수련병원에 요청하면서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열어준 마지막 퇴로에도 "사직서는 2월에 진작 수리됐어야 했고, 변한 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미미할 전망이다. 병원들은 전공의 복귀를 위해 '막판 설득'에 나선 동시에 다가오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9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그 결과를 담은 공문을 각 수련병원에 전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철회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9월(하반기)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겐 특례 적용 등 내용도 포함됐다.
사직 처리 마감 시한도 명시됐다. 정부는 전국 211개 수련병원에 이달 15일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혹은 사직 처리할 것을 요청했다. 또 오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비해 사직 처리를 통해 부족한 전공의 인원을 확정, 17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각 수련병원이 결원을 채워 9월 하반기 전공의 수련을 시작해달라는 취지에서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5일까지 반드시 병원에서 확정을 지어 달라"며 "그래야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하반기 수련 전공의를 모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 수련병원이 기한 내 사직 여부를 확정하도록 압박도 더해졌다. 정부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각 병원이 해당 요청에 따르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TO)을 줄일 수 있다고 명시했다.
수련병원 인력 구조에서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전공의 정원 감축은 병원들에 불이익일 수밖에 없다. 정부로선 행정처분 철회와 수련 특례라는 '당근'을 제시하면서도, 각 병원이 정해진 기한 안에 전공의 사직 여부를 결정하도록 압박해 전공의 복귀율을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지난 발표와 차이 없이 꼼수만"…전공의 복귀 미미할 듯
병원들은 사직서 처리 여부를 둘러싼 고심이 깊어진 모습이다. 사직 처리 마감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전공의들을 움직일 '복귀 명분'도 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공의들은 애초 정부가 내린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고 있기에 정부의 이번 교육지책을 복귀 유인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강경책을 완화해왔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는 올 2월 의료공백 사태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진료유지 명령, 업무개시 명령을 내렸고, 이를 어기는 전공의들에 대해선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명령들을 거두면서 "전공의가 복귀하면 (의사 면허정지)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물러섰다.
당시 복지부는 전공의 30%가량이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난 1개월여 간(6월4일~7월5일) 복귀한 레지던트는 73명에 불과했다. 이달 5일 기준 전체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의 출근율은 7.9%(1만3756명 중 1092명)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는 한발 더 물러섰다. 조 장관은 전날 "모든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에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정확하게 말하면 행정처분이 철회되는 것으로 앞으로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기존 '중단' 조치에서 '철회'로 바꾸면서 면허정지 처분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불이익도 제거한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두 차례 발표를 두고 의료계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의대 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복지부는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에 대해서도 행정법상 행정처분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철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지난달 4일 발표와 비교해 특별히 새로운 것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행정법상 '철회'는 '장래효'만 있고 '소급효'는 없다는 설명이다. 즉, '돌아오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장래효)'는 것만 있을 뿐, '돌아오지 않으면 2월20일 전후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업무복귀명령 등에 불응한 불법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겠다(소급효)'는 건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전공의들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도 정부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한 지난 달 4일 이후를 사직서 처리 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시점인 2월로 요구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사직 시점을 정부가 요구하는 6월로 설정할 경우 업무개시명령 불응으로 인한 법적 책임과 급여, 퇴직금 등 재정적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입장차로 수련병원들이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려 해도 난항이 생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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