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돌려보내진 '채해병 특검법', 무엇이 문제였나
①삼권분립 원칙 위반 ②정치적 중립성 훼손
③보충성 원칙 위배 ④과잉수사 인권침해 우려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정부가 채해병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결을 요구하며 국회로 돌려보냈다.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혈세 투입이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특히 충분한 숙의 절차 없이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만을 내세워 강행처리하는 등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다수결의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일(한국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채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 행사다.
정부가 이날 오전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하기로 의결한 주요 사유는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침해하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 위반 ▲고발 당사자로 하여금 특별검사를 선택하게 해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 훼손 ▲제도의 보충성 원칙 위배 ▲과도한 수사인력·기간 등에 따른 인권침해 등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①“대통령 특검 임명권 침해…삼권분립 위반”
삼권분립 위반과 관련해 법무부는 이번 특검법안이 국회 내 여당과 야당 간에 충분한 토론과 논의 절차 없이 특별검사의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해 특정 정당의 의도에 부합하는 후보자만 특별검사로 선정되는 구조로 만들어진 법률안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야당이 특별검사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돼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형해화하는데, 이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논리다.
뿐만 아니라 ‘임명 간주’ 규정까지 둠으로써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이 사실상 박탈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실질을 침해했다고도 봤다. 이는 그동안의 특별검사 제도에 관한 헌법적 관행마저도 무너뜨리고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무부 판단이다.
②“고발당사자가 특검 선택…공정성·정치적 중립성 훼손”
박성재 장관은 “이번 특검법안은 고발 당사자인 특정 정당이 사실상 특검을 선택하는 것으로서, 고발인이 수사할 검사나 재판할 판사를 선정하는 것과 같은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공정성 및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후보자가 특별검사로 임명되는 경우에는 수사 기간 내내 수사 상황과 내용을 유출하는 등 특별검사 활동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수사 및 재판절차가 정치적 여론재판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③“검찰·공수처가 수사 중…보충성 원칙 위배”
특별검사는 기존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찰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정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되는 것이 원칙이다. 법무부는 이같은 맥락에서 이번 사건 특검법안의 경우 보충성·예외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업무상과실치사 부분 관련, 경찰에서 지난 8일 해병대 여단장 등 현장 지휘관과 간부 6명에 대해서는 송치 결정, 사단장 등 3명에 대해서는 불송치 결정했고,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과 관련해서는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④“과도한 수사인력·기간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
법무부는 이번 특검법안 중 실시기간이 ‘최장 150일’인 점과 관련해 “역대 특검 실시기간 중 최장기간에 해당한다”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했다. 역대 특검 법률들과 달리 20일의 준비 기간 중에도 수사를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봤다.
특히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실시간 언론브리핑을 할 수 있게 하는 규정과 관련해 “피의사실과 ‘그외 수사과정’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 실질적인 피의사실이 공개됨으로 인해 수사대상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현저하다”고 지적했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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