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실적 부진, 서비스 종료…‘트리플 악재’ 못 벗은 카카오
실적 부진에 주가 우하향…상반기 시총 7조 증발
연내 AI 서비스 공개로 반전 꾀한다지만 평가는 ‘글쎄’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1년6개월 동안 이어져온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검찰이 최고 윗선으로 꼽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소환하면서다. 이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관계자가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그사이 카카오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회복세를 보였으나, 최근 다시 4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법 리스크'에 더해, 카카오의 성장 동력에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카카오가 1분기부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데다 새로운 주력 사업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올 상반기 동안에만 카카오 시가총액은 7조원 증발했다.
다시 터진 사법 리스크…뒤숭숭한 카카오
카카오의 SM엔터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9일 김범수 위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긴 지 8개월 만이다. 검찰은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수사 자료를 토대로 보완 수사를 벌였으며, 카카오 법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억원가량을 동원해 SM엔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같은 혐의로 배재현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일찌감치 김 위원장의 소환 조사 필요성을 언급해온 만큼, 이번 일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예견됐던 것과는 별개로, 사법 리스크가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경우 카카오의 성장 동력은 크게 깎일 전망이다. 특히 현행법상 주가조작 혐의에서 벌금형 이상을 처벌받으면 카카오는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를 잃게 될 수 있어,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한 건이 아니다. 검찰은 주가조작 의혹 이외에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 의혹 등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 사건의 수사 속도와 진행 방향에 따라 카카오 사업의 상당수가 차질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株 카카오 발목 잡은 '성장 동력'…AI 차별화가 관건
최근 카카오는 성장세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를 받는다. 주력 사업인 플랫폼에서조차 글로벌 플랫폼의 약진에 밀려 점유율이 크게 뒤쳐졌기 때문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지금껏 2위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의 매출 상당수는 쇼핑에서 나오는데, 이마저도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저가 공세로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장에서 내다보는 카카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17억 수준이지만, 실제 실적은 이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1분기에도 120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를 5% 가량 밑돌았다. 콘텐츠와 쇼핑 등 자회사 실적 부진에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콘텐츠 사업들의 성과가 예상보다 부진하고 라이브게임의 매출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경쟁사의 강도 높은 마케팅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 증가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카카오는 카카오TV나 카카오페이의 일부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몸집 줄이기'로 대응에 나섰다. 동시에 AI 산업에서 신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달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연내 AI 서비스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중 자체 초거대 AI 모델인 '코GPT 2.0'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방향을 바꿔 일단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AI 개발 속도 경쟁에서 뒤쳐진 만큼, 자사 기존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증권가 평가는 밝지 않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주요 경영진 교체 후에도 AI 전략 및 세부 계획 수립에 있어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와 사업 제휴를 신속히 끌어내지 못한다면 카카오의 사용자 데이터 가치가 희석되고 AI 경쟁력을 놓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목표주가도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발표된 11개 증권사의 리포트 중 8개에서 카카오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가장 많이 내린 곳은 다올투자증권으로, 기존 7만원에서 5만1000원으로 27% 내렸다. 평균치는 6만4348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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