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르는 '공주' 햄릿…시대 발맞춘 파격 해석
[EBS 뉴스12]
'사느냐, 죽느냐'라는 대사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주인공이 여자로 바뀌어 돌아왔습니다.
국립극단에서 막을 올린 새 연극인데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겠다는 시도입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뇌로 가득 찬 주인공, 햄릿이 여성의 몸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왕자였던 신분도 공주로 바뀌었고, 연인인 오필리어 등 햄릿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도 성별이 바뀌었습니다.
햄릿 역을 여성이 맡는 경우는 해외에서도 종종 있었지만, 아예 작품 속의 성별까지 여성으로 바뀐 경우는 드문 사례입니다.
원작의 대사에서 여성혐오적인 내용도 시대에 맞춰 각색했습니다.
인터뷰: 부새롬 연출 / 연극 '햄릿'
"아무래도 그 시대에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작품이니까요. 여성을 향한 여러 가지 혐오적인 거 폄하적인 이런 부분들을 좀 덜어내고 싶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제 햄릿의 성별을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
새로운 햄릿 역은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 이봉련 배우가 맡았습니다.
이 배우는 이미 지난 2021년, 햄릿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수상했습니다.
인터뷰: 이봉련 배우 / 연극 '햄릿' 햄릿 役
"햄릿을 이래야 하고 햄릿은 어때야 한다라는 거에 대한, 그리고 연극 속에 주인공의 자리가 어때야 된다는 편견 속에서 저도 계속해서 그것을 깨나가는 작업을…."
연극 햄릿이 제작된 건 지난 2020년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에서만 공연돼,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새로운 햄릿은 어떤 왕이 될 것인가.
원작에 빠져 있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고전은 2024년 대한민국 관객들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되살아납니다.
인터뷰: 정진새 각색 / 연극 '햄릿'
"권력을 잡고 싶어 하는 이유, 왜 내가 이 나라를 대표해야 되는 가라는 어떤 정확한 명분과 이유를 갖고 있는 그런 어떤 정의로움이나 진실함 같은 게 햄릿의 몸부림 안에 담겨 있기 때문에 그것에 좀 공명하지 않나…."
제작진은 대본을 각색하면서 성별에 관계 없이 누가 햄릿을 맡아도 상관없도록 노력했습니다.
인터뷰: 이봉련 배우 / 연극 '햄릿' 햄릿 役
"준비하는 배우조차도 어떤 편견에 계속해서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누구여도 상관없는 햄릿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이니 그것을 즐겨주십사 하는 바람으로…."
연극 햄릿은 이달 말까지 서울공연을 마친 뒤, 지방 공연을 이어갑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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