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년 새 역사에도 오타니, 오타니... ML 도루 천재 "대화하려고 일본어도 배웠다"
데 라 크루즈는 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펼쳐진 콜로라도 로키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2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시작부터 폭발적인 스피드로 콜로라도 배터리를 혼비백산하게 했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1회 말 1사에서 데 라 크루즈는 라이언 펠트너의 볼을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데 라 크루즈는 후속 타자 하이메 칸델라리오 타석에서 연거푸 두 개의 베이스를 훔쳐냈다. 0B1S에서 2루로 향했다. 이때 콜로라도 배터리는 데 라 크루즈의 도루 시도를 뒤늦게 눈치채고 던졌으나, 이미 2루 베이스를 찍은 뒤였다. 2B2S에서는 3루를 훔쳤다. 이때도 콜로라도 포수 엘리아스 디아즈는 3루로 던지려다 이내 포기했다.
경기 전 43도루였던 데 라 크루즈는 2개의 도루를 추가하면서 신시내티 구단 142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반기 45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2015년 빌리 해밀턴의 전반기 44도루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1986년 리키 핸더슨의 51도루, 1994년 케니 로프턴의 45도루에 이어 3번째다.
또한 지난해 데뷔해 98경기 35도루를 기록했던 데 라 크루즈는 올해 45도루를 추가하며 만 22세의 나이로 통산 80도루를 기록했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 선의 공식 기록 관련 계정인 스탯센터에 따르면 이는 신시내티 프랜차이즈 역사상 두 번째 기록으로 23세 생일 이전에 8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1912년 딕 호비젤이 최다 기록이었다. 2002년 1월 11일생인 데 라 크루즈는 아직 생일이 6개월이 넘은 만큼 이 기록이 깨지는 건 시간 문제다.
콜로라도 배터리는 더 이상의 도루를 내주지 않았다. 데 라 크루즈는 기세를 몰아 홈스틸까지 노렸다. 타일러 스테판슨의 타석에서 3루에 있던 데 라 크루즈는 1루 주자 스펜서 스티어와 함께 초구에 더블 스틸로 홈을 노렸다. 하지만 포수의 공을 받은 2루수 브렌든 로저스가 정확한 송구로 다시 홈으로 공을 배달하면서 데 라 크루즈의 한 이닝 3도루는 실패로 끝났다.
이후 데 라 크루즈는 안타와 볼넷을 추가하며 계속해서 도루를 노렸으나, 콜로라도 배터리도 집중 견제를 통해 억제했다. 하지만 4회 초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로 출루 후 칸델라리오의 안타 때 3루까지 도달하고 스테판슨의 병살타 때 홈까지 빠르게 파고 들어 결국 발로 선취점을 뽑았다. 신시내티는 이후 5점을 더 추가하면서 콜로라도에 6-0 승리를 거두고 43승 48패로 5할 승률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서도 데 라 크루즈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이달 16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리는 2024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데 라 크루즈는 생애 첫 번째로 올스타로 선정됐다. 전반기 91경기 타율 0.251, 15홈런 40타점 62득점 45도루, 출루율 0.344 장타율 0.469 OPS 0.813을 기록 중인 그에게 팬들은 내셔널리그 유격수 투표 1위의 영광을 안겼다.
데 라 크루즈는 "내게 올스타전 출전은 큰 의미가 있다. 올스타전에서도 그저 재미있게 놀고 싶다"고 소감을 밝히며 "메이저리그 2년간 내 가장 큰 업적은 영어가 늘었다는 점"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그는 스페인어, 영어에 이어 일본어도 배우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그 이유도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데 라 크루즈는 "나는 올스타전에서 오타니와 대화하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 라 크루즈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열성적인 오타니 팬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오타니가 LA 에인절스 소속이었을 때 데 라 크루즈는 2루에 안착한 오타니가 진짜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팔뚝을 찌르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5월 오타니가 LA 다저스로 이적해서도 경기 중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오타니 역시 그런 데 라 크루즈에 대해 "멋진 선수다. 득점의 기점이 되는 활약을 해냈다. 오늘도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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