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산부인과 전문의, 백령도 왔다…“계속 있겠습니다”

이승욱 기자 2024. 7. 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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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닿는 한 백령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볼 계획입니다. 더는 진료가 어려울 때까지요."

2001년 개원한 백령병원은 약 1년 정도를 제외하면 공중보건의가 산부인과 진료를 봤다.

김 과장의 부임으로 백령병원에 전문의가 있는 진료과목은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 3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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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전문의 공백 4개월 만에 부임
백령병원, 내과·외과·소아과 전문의 0명
신생아. 게티이미지뱅크

“힘이 닿는 한 백령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볼 계획입니다. 더는 진료가 어려울 때까지요.”

약 4개월 동안 비어있던 산부인과 진료실이 지난 8일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김휴(64)씨가 최근 공석이었던 백령병원 산부인과 과장이 돼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의사로서 공공병원에서 일하고 싶었다. 더 늦으면 안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백령병원에 부임하면서 인천에서 25년 동안 운영했던 산부인과 병원을 정리했다.

김 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의) 결정이 대단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백령병원은 그동안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2001년 개원한 백령병원은 약 1년 정도를 제외하면 공중보건의가 산부인과 진료를 봤다. 이마저도 2021년 4월 공보의가 근무지를 변경하면서 산부인과 진료가 중단됐다. 인천시는 추가 예산 지원을 통해 백령병원 전문의 연봉을 1억원 높였지만 격오지인 백령도 근무를 희망하는 의사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근무를 자청한 오아무개(73)과장도 부임 4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백령도가 속한 옹진군은 2015년 7월 60분 이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없는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분만취약지 에이(A)등급’이다.

백령병원 안내문. 이승욱기자

김 과장의 결정이 즉흥적인 것은 아니었다. 김 과장은 “과거 봉사활동을 할 때 산부인과의 경우 진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조그마한 재능이 그 사람들에게는 큰 보람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의 부임으로 백령병원에 전문의가 있는 진료과목은 산부인과,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등 3곳이 됐다. 하지만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다른 기초진료과는 여전히 전문의가 채용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이달 중 전문의 채용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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