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 사망케 한 ‘만취 운전’ DJ, 1심 징역 10년…“사고 기억도 못해”

재판부 “사고 수습과 신고도 안 해…도주 의사 인정”

(시사저널=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만취상태로 벤츠 차량을 몰아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20대 여성 안모씨가 지난 2월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유명 DJ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지영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된 DJ 안아무개씨에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안씨의 벤츠 차량 몰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새벽 2시30분 생일파티 술자리에 차량을 몰고 간 뒤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모는 등 중대 교통사고 발생을 용인해 고의범에 가까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2차 피해자가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해 유족과 합의는 했지만 정작 피해자는 사망해 자신의 입장을 말할 기회조차 없다"고 밝혔다.

이어 "1차 사고 뒤에는 '술 마신 것처럼 보이냐. 한 번만 봐달라'고 말하다가 도주해 2차 사고를 냈다"며 "하지만 어떻게 운전했고 사고를 냈는지 기억조차 못했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한다.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1차 사고에서 사고를 수습하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 남아있을 필요가 있음에도 아무런 설명 없이 현장을 떠나 사고 장소를 이탈해 당시 도주 의사가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무런 이유 없이 도로 중간에 멈춰 서 있거나 과속을 하면서 차선을 변경했다"며 "2차 사고 직전에는 시속 50km가 속도 제한이지만 100km가 넘는 위험천만한 운전을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안씨는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술을 마신 후 벤츠 차량을 몰다 오토바이 배달원 50대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안씨는 사고 당일 중앙선을 침범해 다른 차량을 들이받은 후 도주하다 A씨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21%로 면허 취소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안씨는 사고 발생 당시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반려견을 품에 안고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A씨는 사고 발생 후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안씨는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생명을 잃은 피해자께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며 "고통을 감내하고 계실 유가족분들께도 죽을죄를 지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안씨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