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10개라도" 사과·응원에도...'홍명보 잃은' 울산 서포터즈의 분노 "비극적 선택, 결말은 실패"
[OSEN=고성환 기자] 한 순간에 수장을 잃은 울산HD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사과와 응원으로는 식힐 수 없는 분노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7일 "축구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내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약 5개월 만에 수장을 찾은 한국 축구다. 대표팀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빠르게 새 감독을 찾아 나섰지만, 임시 감독 체제만 두 번을 겪는 등 오랫동안 난항에 빠져 있었다. 5월엔 제시 마시 감독과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잡음이 많았다. 지난달 말엔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하했다. 대신 이임생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이라는 중책을 이어받았고, 지난주 유럽을 방문해 다비트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을 직접 만나고 왔다.
이임생 이사의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그는 지난 5일 유럽에서 귀국하자마자 밤 늦게 홍명보 감독의 집을 찾아갔고, 직접 만나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홍명보 감독도 밤새 고민한 뒤 다음날 오전 수락했다는 것.
이임생 이사는 8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홍명보 감독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다른 외국인 감독 후보보다 홍명보 감독을 높이 평가한 기준으로 8가지를 꼽았다. KFA 철학과 게임모델, 리더십, K리그 선수 발굴과 연령별 대표팀 연계성, 더 나은 성과, 당장 두 달 후 열리는 아시아 3차 예선, 대표팀 지도 경험, 시간 부족, 재택 논란 리스크였다.
홍명보 감독의 임기는 오는 2026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이임생 이사는 "단기간에 평가하기보다는 핵심인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싶다. 전술적 부분을 보완하고자 최소 두 명의 유럽 코치를 요청했고, 홍명보 감독도 동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울산 측은 대승적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KFA와 구단의 협의 단계는 다 거쳤다. KFA는 구단과 교감하고 협의했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 K리그 발전, 이 둘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함께 고민하고 협의해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이임생 이사는 울산 팬과 K리그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브리핑 중 울먹이기도 했던 그는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구단에서 홍명보 감독을 보내주기로 약속했기에 감사하고 죄송하다. 울산 팬분들께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울산현대 축구단을 계속 응원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어찌 됐건 울산 팬들로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 현재 K리그1은 한창 진행 중이다. 이제 막 38경기 중 21경기를 치렀다.
게다가 울산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순위는 리그 2위로 선두 김천 상무와 단 1점 차. 홍명보 감독도 지난주 "언젠가 우리에게 기회는 올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리그 3연패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울산은 갑작스레 감독을 A대표팀에 내주면서 크게 흔들리게 됐다.
울산 팬들은 크게 반발 중이다.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성명문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해 왔다. 그것이 한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라고 항의했다.
이어 "오늘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대한축구협회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며,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HD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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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처용전사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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