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 막으려면 전당대회서 도전하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내가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나한테 맞서 전당대회에서 도전하라”고 말했다. 대선 완주 방침을 재확인하며 당내에서 논의가 본격화된 후보 교체론에 대해 공세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파킨슨병 전문의가 8차례 백악관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논란이 다시 주목받은 가운데 백악관은 대통령은 파킨슨병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백악관 대변인과 출입기자 간에 고성과 공방이 오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MS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가리켜 “당의 엘리트들 때문에 너무 좌절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토론 참패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논란과 국정 수행 역량, 재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을 “엘리트”로 묶어 지칭하고, 자신이 일반 당원과 유권자에게는 여전히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도 후보 교체 논의를 두고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 “오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만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는 상처를 준다”면서 민주당을 해치는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받은 지지를 언급하며 “오직 유권자만이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며 “우리가 당을 무시할 경우 어떻게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 ‘역공’을 펼친 것은 하루 뒤인 9일 민주당 하원의원 전체 총회, 상원 오찬회의 등을 계기로 사퇴 요구가 더욱 확산되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의회가 휴회 후 복귀하는 첫날 열리는 이들 회의는 당내에서 분출하는 후보 사퇴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7일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소집한 간부 회의에서 참석자의 절반인 11명의 중진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재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나이가 비슷한 70~80대 의원들이 다수 포진한 상원의 경우 고령을 이유로 한 대선 후보 교체론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을 강력히 지지하는 민주당 흑인의원 모임과 전화회의를 하고 대선 완주 의지를 밝혔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조지아 3개주를 횡단하며 유세를 벌인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남편이 지금껏 내 커리어를 지원한 것처럼 나도 남편의 선거에 모든 것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파킨슨병 권위자인 케빈 캐너드 월터 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 신경과 전문의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8개월 동안 백악관을 8차례 방문한 사실이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확인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이는 백악관이 공개하는 출입자 방문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3차례 정기검진을 받았고 그때마다 신경과 전문의를 만났다”며 “파킨슨 치료를 받지 않았고 약도 복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대통령 주치의가 발신한 메모까지 공개하면서 캐너드는 백악관 업무를 지원하는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신경과 진료를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파킨슨병과 관련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CBS방송 기자를 향해 “당신이 나를 얼마나 세게 압박하든, 나한테 얼마나 많이 화를 내든, 그 이름(캐너드)이 방문자 출입기록에 있든 다 상관없다. 난 절대 그 이름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언성을 높여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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