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이 엄선한 명품 칠기 46점 한자리에...“같은 재료, 다른 감동”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7. 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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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선 그림과 공예품에 바니시를 칠해 코팅했지만, 동양에선 오래전부터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사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 한·일·중 국립박물관 공동특별전 '삼국삼색-동아시아의 칠기' 언론 공개회를 열고 3국이 소장한 칠기 공예품의 걸작 46점을 공개했다.

자개의 영롱한 빛이 일품인 한국의 나전칠기와 금빛 가루가 화려하게 뿌려지는 일본의 마키에, 조각처럼 아로새겨지는 중국의 조철기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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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中국가박물관과 공동 전시

고려 나전·日 마키에·中 조칠기 등

14~19세기 칠공예 대표 유물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중국의 칠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5세기 금가루를 뿌린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 상자. 불교 경전을 보관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청 건륭제 시기 제작된 화려한 조칠 공예품. <중국 국가박물관>
서양에선 그림과 공예품에 바니시를 칠해 코팅했지만, 동양에선 오래전부터 옻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사용했다. 옻칠을 하면 ‘우루시올’ 성분 덕분에 습기에 약한 목재도 거뜬히 천년을 버텨낸다. 병충해도 이기며 고유의 빛깔을 유지할 수 있다. 질 좋은 수액이 집중된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동아시아 3국은 수천 년에 걸쳐 다채로운 옻칠 기술을 발전시키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3국이 자랑하는 명품 칠기들이 드디어 한자리에 모였다. .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 한·일·중 국립박물관 공동특별전 ‘삼국삼색-동아시아의 칠기’ 언론 공개회를 열고 3국이 소장한 칠기 공예품의 걸작 46점을 공개했다. 지난 2014년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꽃, 도자 명품전’을 시작으로 3국은 2년 마다 차례로 특별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같은 듯 다른’ 삼국 고유의 칠공예품 기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자개의 영롱한 빛이 일품인 한국의 나전칠기와 금빛 가루가 화려하게 뿌려지는 일본의 마키에, 조각처럼 아로새겨지는 중국의 조철기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옻칠이라는 공통의 재료와 기법으로 3국이 어떤 미의식을 발전시켰는지 감상·비교하는 것이 관전포인트다.

세 나라의 칠기는 ‘새기고 붙이고 뿌리는’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8000년 전 세계 최초로 칠기를 만들고 세계 곳곳으로 보급한 중국은 조각처럼 새기는 조칠기가 압권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옻칠한 다음 표면에 조각을 새기는 기법이다. 명나라 시기 탁자, 검은 칠을 한 뒤 뒷면에 ‘중화’(中和) 글자를 새긴 현악기,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만들어진 강렬한 붉은색의 조칠 공예품이 눈길을 잡아끈다.

한국은 조개나 전복 껍데기를 잘게 부수고 이를 조각조각 붙이는 나전칠기를 독보적으로 발전시켰다. 세밀가귀(細密可貴)로 불리는 고려 나전칠기는 정교한 기술과 품격 있는 아름다움으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에 여섯 점이 남아 있는 13세기 나전칠기 ‘나전칠 모란·넝쿨무늬 경전 상자’와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인 조선시대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농’이 출품됐다.

일본에선 옻칠로 그린 무늬에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리는 장식 기법인 ‘마키에’를 발전시켰다. 8세기에 등장해 고급 공예품으로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일본 무로마치(室町) 시대인 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못 무늬 경전 상자,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기 위해 만든 상자 등이 나왔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고려 후기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나전칠기. 13~14세기 자품으로 전세계에 여섯 점이 남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열린 ‘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 언론공개회에서 참석자가 한국 칠기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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