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채해병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정치적 의도로 순직 악용 없어야"

박종화 2024. 7. 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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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서 전자결재로 재의요구안 재가
"경찰 수사로 진실 밝혀져…野 일방적 특검법 철회돼야"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 행사
野 "권한 사유화 비판받게 될 것"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별검사 임명법(채 해병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여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태평양국립묘지(펀치볼)를 방문,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9일(한국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채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은 5월에도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채 해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어제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했다.

韓총리 “위헌에 위헌 더한 특검법”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 채 해병 순직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을 다시 처리했다. 특검 후보자 두 명 모두 야당에서 임명하도록 한 점에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검법과 유사하지만 수사 범위는 더 확대됐다.

이날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채 해볍 특검법 재의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한 총리는 “채상병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에 정부는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본 법안의 추진 목적은 사건의 진상규명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자신에게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하여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실로 의심스럽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도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반(反) 헌법적’, ‘헌법 유린’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기한 내 특검 미임명 시 임명 간주 규정 △기존 기소된 사건의 공소취소 규정 △준비기간 중 수사 가능 규정 등이 정부가 위법·위헌적이라고 하는 내용이다.

전날 대통령실 외압으로 경북경찰청이 업무상과실치사·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를 존중하고 또 경찰이 밝힌 실체적 진실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드러났다고 본다”고 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공수처(공수처) 수사가 끝난 이후 여야 합의가 이뤄진 후에야 채 해병 특검 수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게 그간 대통령실 입장이었다.

與 재의결 이탈표 8표 넘을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을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채 해병 특검법을 재의결에 부쳐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한 상황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재의결에 찬성표를 던지면 채 해병 특검법은 거부권을 넘어 법률로 확정되지만 찬성표가 3분의 2에 못 미치면 법안은 폐기된다.

현재 국회에서 야당 의석은 192석으로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에 8석 못 미친다. 여당(국민의힘) 이탈표가 8표 이상이면 윤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하지만, 8표가 안 되면 채 해병 특검법은 폐기된다. 다만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채 해병 특검법을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얼마나 이탈표가 나올진 가늠하기 어렵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특검을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유화하고 자신의 범죄 의혹을 덮기 위해 남용했다는 비판만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상임위를 열고 양곡법,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제정안 등을 심의한다. 이들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발의됐다가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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