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1.5톤 하마도…‘날 수 있어요’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엄마가 제가 맨날 가만히 앉아만 있고, 잘 안 움직인다고 전생에 하마였냐고 그러세요. 그러고 보니 다큐멘터리에서 본 하마는 물속에 가만히 잠겨서 눈, 코만 내놓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 것 같습니다. 정말 하마는 뛰지도 않고 얌전한 동물인가요?
A.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만 사는 하마는 코끼리, 코뿔소 다음으로 큰 육상 포유류죠. 성체의 평균 몸무게 1300~1500㎏, 몸길이가 3~5m에 달할 정도 거대합니다. 하마를 뜻하는 영단어 ‘히포포타무스’(Hippopotamus)는 ‘강에 사는 말’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기원했다고 해요. 우리나라 말로도 강을 뜻하는 한자 하(河)와 말 마(馬)를 쓰고 있으니 그 뜻은 같습니다. 순우리말로도 ‘물뚱뚱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고 하네요.
퉁퉁한 몸매와 짧은 다리를 지닌 겉모습, 어금니의 유사성 때문에 한때는 돼지와 유전적 관계가 깊은 것으로 여겨졌지만 디엔에이(DNA)·화석 등을 분석한 결과 계통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은 고래로 밝혀졌습니다.
통찰력이 뛰어나신 어머니 말씀대로 하마는 하루 18시간 이상을 호수나 강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반수생 동물이에요. 하마 5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서울대공원 누리집 설명을 보면, 하마는 덩치 큰 초식동물로 낮 동안은 물속에 잠겨서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뜨거운 햇볕을 피합니다. 하마의 피부는 털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평소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분홍빛 분비물을 배출하고, 물속에 주로 머물면서 몸이 건조해지는 것을 피합니다. 그러다 황혼 무렵이나 밤이 되면 육지로 올라와 먹이활동을 벌이는 것이죠. 하마가 육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의 3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대형 포유류 가운데서도 하마는 연구가 가장 덜 이뤄진 동물에 속합니다. 낮 동안에는 거의 물에 들어가 있는 데다가 성질이 난폭해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아프리카에서는 해마다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동물로 꼽히기도 합니다. 강을 오가는 보트를 공격해 사람이 죽거나 다치게 하고, 주변 경작지의 농작물을 먹어치워 지역 주민들과도 마찰을 빚기도 합니다.
또 조용한 이미지와는 달리, 무리 내에서 꽤 다양한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프랑스 장모네대 연구팀이 모잠비크 마푸투 자연특별보호구역에 사는 하마 무리의 의사소통을 연구한 결과를 내놨는데요, 하마는 꿀꿀거리거나 우렁찬 고함을 지르는 것 이외에도 ‘꽥’하는 특유의 외침으로 동료와 소통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둔하고 느리다는 인식도 수정돼야 할 것 같은데요, 하마는 큰 몸집에도 불구하고 최대 시속이 30㎞에 달합니다. 이 속도는 다른 대형 육상동물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입니다. 코끼리는 시속 25㎞ 이상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코뿔소도 자료가 많이 없긴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일이 드물고요.
특히 최근에는 하마가 빨리 달리면 공중에 뜰 수도 있다는 연구 논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존 허친슨 영국 런던대 왕립수의과대학 교수 등 진화·생체역학 연구자들은 지난 3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피어제이’에 “하마는 전속력으로 달리면 네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며 이렇게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약 0.3초로 달리는 동작의 15%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마의 걸음걸이를 연구하다니 조금 엉뚱하죠. 연구진은 하마의 ‘공중부양’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영국 노스요크셔주의 한 동물원에서 하마 32마리의 달리기 동작을 촬영했습니다. 이렇게 촬영한 169개 영상과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하마의 영상들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하마는 달릴 때 ‘속보형 걸음’을 취한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네발 동물의 걸음걸이는 속보, 구보, 질주 등 여러 형태로 구분되는데요, 앞발과 뒷발이 어떤 순서로 지면에 닿느냐와 어떤 박자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속보의 경우, 앞발과 뒷발이 대칭적으로 한 세트를 이뤄 지면에 닿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왼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이 한 쌍을 이루고, 왼쪽 뒷발과 오른쭉 앞발이 다른 쌍을 이뤄 번갈아 가며 땅을 박차는 것입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이렇게 번갈아 가며 땅에서 뛰어오르니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면 하마가 아주 짧게나마 공중에 뜨는 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걸음걸이 방식은 네 발을 비대칭적으로 사용해 달리는 코뿔소와도 다르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나아가 연구진은 하마가 물속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하마는 반수생 동물이라지만 헤엄을 치지 못하기 때문에 물속에서도 이렇게 ‘달려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포악한 하마라지만 물속에서는 이렇게 부지런히 네 발을 움직이고 있을 걸 상상하니, 조금은 귀여운 생각이 듭니다.
인용 논문_Peer J, DOI:10.7717/peerj.17675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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