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잠겼어요"…출하 앞두고 폭우에 잿빛으로 변한 방울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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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수확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비 때문에 망해버렸어요."
전북 익산에 폭우가 쏟아진 9일, 망성면의 한 방울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왕봉수(60)씨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며 발맘발맘했다.
왕씨는 "비가 그치고 나면 방울토마토가 쪼글쪼글 쪼그라들어 아예 팔지를 못한다"며 "어제 새벽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로 비가 많이 오면서 비닐하우스가 잠겼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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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며칠 있으면 수확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비 때문에 망해버렸어요."
전북 익산에 폭우가 쏟아진 9일, 망성면의 한 방울토마토 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왕봉수(60)씨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며 발맘발맘했다.
왕씨는 이 일대에서 비닐하우스 39동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화산리 일대에 설치해둔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 8개 동이 이번 폭우로 침수됐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익산에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110㎜ 이상의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거세게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잦아들면서 발목까지 들어찼던 빗물은 빠졌지만, 비닐하우스 바닥은 잠시만 서 있어도 발이 빠질 만큼 진흙으로 가득했다.
비닐하우스 입구 쪽에 있는 방울토마토 대부분은 이미 진흙으로 뒤덮여 잿빛을 띠고 있었다.
아직 붉은 빛을 띤 방울토마토도 주렁주렁 달려 있었지만, 왕씨는 빗물을 머금은 탓에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비가 그치고 나면 방울토마토가 쪼글쪼글 쪼그라들어 아예 팔지를 못한다"며 "어제 새벽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뒤로 비가 많이 오면서 비닐하우스가 잠겼다"고 탄식했다.
익산시 망성면은 지난해 유례없는 폭우로 일대 농경지가 모두 물에 잠겼던 곳이다.
당시 7월 13∼15일에만 평균 479㎜의 폭우가 내렸고, 대청댐 방류량 확대 등이 겹치면서 그야말로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특히 비닐하우스가 밀집한 마을 특성상 수박, 상추, 방울토마토 등 농산물 출하를 앞둔 농민들의 피해가 컸다.
농민들은 내일까지 최대 120㎜의 비가 더 내린다는 예보에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왕씨의 비닐하우스 맞은편에서 만난 이모(44)씨는 "이 인근이 금강 하류 쪽이라서 매번 물에 잠긴다"며 "(작년 물난리 이후) 농어촌공사에서 배수장을 설치한다고 했는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뤄져 올해도 이렇게 또 장맛비를 속절없이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대는 금강변의 지대가 낮은 지역인데도 배수펌프 시설이 낡아 제대로 물이 빠지지 않는 바람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수해가 난 만큼 이번 침수 피해 역시 단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농민들의 주장도 있다.
이씨는 "올봄에 농민들은 정부의 영농자금을 저금리로 대출받았는데, 한 해 농사가 망하면 그 대출금이 고스란히 다 빚으로 남는다"며 "매번 되풀이되는 수해를 막으려면 배수장을 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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