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쇼크] GLP-1, 당뇨 치료제로 먹으면 10가지 암 위험 줄였다
‘희귀 안과질환 유발 4배 증가’ 연구에도 근거 부족 비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를 복용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보다 10가지 유형의 비만 관련 암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치료제가 만병통치약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 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지난 2005년 3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비만 관련 암 병력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65만 1452명의 15년간 전자 건강 기록(EHR)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중 GLP-1 계열약을 복용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을 투여한 환자들에 비해 13가지 비만 관련 암 중 10가지 암에서 유의미한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인슐린 투여 대비 10가지 암 위험 발생 줄여
인슐린을 투여한 환자와 비교해 GLP-1 복용으로 발병 위험이 줄어든 10가지 암은 식도암·대장암·자궁내막암·담낭암·신장암·난소암·췌장암·간세포암·수막종·다발성골수종이다. 위험 감소 폭은 담낭암이 65%로 가장 컸다. 이어 수막종 63%, 췌장암 59%, 간세포암 53%, 유방암 48%, 난소암 48%, 대장암 46%, 다발성 골수종 41%, 식도암 40%, 자궁내막암 26%, 신장암 24% 순이었다.
위암은 GLP-1을 복용한 환자들이 다른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들보다 발병률이 27% 낮게 나타났지만, 연구진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 차이는 아니라고 봤다. 또 폐경 후 유방암과 갑상샘암은 위험 감소와 관련이 없었다고 밝혔다.
먹는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환자와 비교해서는 대장암·담낭암의 발병 위험이 줄어들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고, 다른 암들도 암 발병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장암의 경우 발병 위험이 54% 증가했다.
GLP-1 계열 약물은 GLP-1 호르몬을 흉내 내 혈당을 낮추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식욕을 줄여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만 치료제로도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비만에서 더 나아가 비만 관련 질환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GLP-1 치료제가 발생 위험을 낮춘 암들은 비만이 발병 위험을 높이고 증상을 악화한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GLP-1 계열 치료제가 비만 관련 암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당뇨병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의 비만 관련 암 예방을 위해 GLP-1이 가진 잠재적 이점을 밝힐 예비적 증거”라면서도 “다만 기존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이다 보니, GLP-1과 비만 관련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증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희귀 안과 질환 유발은 인과관계 부족” 반박
최근 GLP-1 유사체 계열인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료제가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에 의한 실명 위험을 4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희소 안과 질환인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은 시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막히면서 산소부족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을 잃는 병이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앞서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3년 동안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당뇨병 환자가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에 걸릴 위험은 8.9%인데 반해, 다른 약물을 3년간 투여한 환자는 1.8%에 불과했다고 지난 3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JAMA) 안과학’에 발표했다.
미국의 헬스케어 전문 투자은행(IB)인 리링크 파트너스는 이에 대해 4일 “하버드 연구진의 실명 위험 보고는 상관관계를 밝혔을 뿐 인과관계를 입증해 낸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연구 결과가 GLP-1 처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LP-1과 실명 가능성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대규모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연구진 스스로도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에 대한 진단 코드가 없어 대규모 후속 연구가 까다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과 증상을 분류해 둔 ICD-10 코드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희소병인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에 대한 별도의 코드가 없어 가장 비슷한 허혈성 시신경병증의 코드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일일이 비교해야 했다. 그 결과 전체 허혈성 시신경병증 사례의 40%는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이 아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인 오젬픽과 위고비에 비동맥성 전방허혈성 시신경병증을 부작용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참고 자료
JAMA Network Open(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4.21305
JAMA Ophthalmology(2024), DOI: https://doi.org/10.1001/jamaophthalmol.2024.2296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단독]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횡령 혐의, 그의 아내가 고발했다
- 4만전자 코 앞인데... “지금이라도 트럼프 리스크 있는 종목 피하라”
- 국산 배터리 심은 벤츠 전기차, 아파트 주차장서 불에 타
- [단독] 신세계, 95年 역사 본점 손본다... 식당가 대대적 리뉴얼
-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 홍콩 부동산 침체 가속화?… 호화 주택 내던지는 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