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11번가 인수까지 머나먼 길… 지분 맞교환 조건·몸값 놓고 복잡한 이해관계
친환경·유기농 상품 소싱 기업 오아시스가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아직 실사도 하지 않은 극초기 단계임에도 그간 11번가 인수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후보가 없었던 탓인지 유통 및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딜 완주에 대한 기대감이 적잖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11번가 매각 딜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오아시스와 매각의 주도권을 쥔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는 지분 스왑 방식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조건이 필요하다. 또 재무적 투자자(FI)로서 11번가 지분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이해도 충족해야 하며, 그 사이에서 SK스퀘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Q는 11번가의 경영권 매각을 위해 오아시스 측과 논의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이며 오아시스 측은 아직 인수 주관사를 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오아시스의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다리를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2018년 11번가 운영사였던 SK플래닛은 11번가를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 지분 18.18%를 넘기고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국민연금이 단독 출자자(LP)로 들어간 프로젝트 펀드가 3500억원을, H&Q의 3호 블라인드펀드가 1000억원을, MG새마을금고의 프로젝트 펀드가 500억원을 나일홀딩스에 각각 출자했다.
이후 11번가 최대주주 SK스퀘어는 지난해 12월 지분 18.18%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했고, 이에 나일홀딩스가 SK의 보유 지분 80.26%까지 끌어다 통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나일홀딩스 입장에서는 11번가를 5500억원 이상에 팔아야만 손실을 면할 수 있다. SK스퀘어는 사실상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없는 상태다. 이번 딜에서는 SK스퀘어가 ‘잘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매각을 주도 중인 H&Q는 최근까지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들과 논의를 지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거론된 후보들만 해도 알리바바, 큐텐, 컬리 등 10곳이 넘는다. 오아시스도 H&Q로부터 티저레터를 받은 곳 중 하나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아시스 측에서 H&Q에 인수의향서(LOI)를 보냈다는 설도 나왔지만, 아직 실사도 하지 않은 극초기 단계인 만큼 통상적인 개념의 LOI로 보긴 어렵다고 한다. 그보다는 실사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인수 의사를 전달한 쪽에 가깝다.
이번 딜이 성사되기 위해선 매각 조건을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오아시스는 자사 주식과 관계사 루트의 주식을 11번가 주식과 맞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루트는 오아시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 그리고 지어소프트 대주주인 김영준 오아시스 의장이 지분 86.4%를 들고 있는 비상장사다. 오아시스와 루트 지분을 11번가 지분과 스왑한 뒤 상장을 하는 게 현재 오아시스 측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다.
업계에서는 H&Q 측에서 이 같은 조건에 만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H&Q 입장에선 오아시스 주식과 교환해야 향후 오아시스가 상장할 때 깔끔하게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있을 텐데, 루트 같이 매출액과 자산이 작은 회사 주식과 섞어서 받는 것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루트의 매출액은 212억원, 영업손실은 46억원이었다. 오아시스(매출액 4754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자산총액도 오아시스는 2203억원인데 비해 루트는 353억원에 불과하다.
지분 스왑 방안에 대해 나일홀딩스의 다른 LP인 국민연금, 새마을금고가 동의해 줄지도 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 스왑 형태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LP들은 지금 당장 현금을 못 받더라도 (나중에라도) 현금을 받을 것을 보장해 주는 장치와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LP들이 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고, 반대로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H&Q가 FI들의 풋옵션을 요구했다는 설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오아시스와 11번가의 몸값도 적정한 수준에서 협의할 필요가 있다. 오아시스는 지난 2022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때문에 11번가와 지분을 스왑할 경우 최소한 1조5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일홀딩스가 희망하는 11번가 기업가치는 최소 5000억원으로 알려진 만큼, 양사가 3대 1의 비율로 지분을 교환하게 되는 셈이다. 나일홀딩스가 이런 조건에 동의할 지도 확실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그 외에도 오아시스는 11번가의 1P 사업을 흑자전환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인수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사업은 마켓플레이스 내 입점 방식에 따라 1P와 3P 모델로 나뉜다. 1P가 유통사가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것이라면, 3P는 제조사가 직접 판매 및 배송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즉 3P는 지마켓, 옥션 등과 같은 오픈마켓 사업 모델이다. 11번가는 지난해 1258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상당 부분이 1P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를 포함해 11번가를 들여다봤던 커머스 회사 중 상당수가 1P 비즈니스 중심의 회사들”이라며 “인수를 통해 11번가가 잘하고 있는 3P를 자사 1P에 붙여 몸집을 키우고 싶어 했지만, 결국 11번가의 1P 사업을 흑자전환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김영준 오아시스 의장은 자신이 11번가를 인수해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연내 11번가의 1P 사업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 의장이 11번가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데도 이 같은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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