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냄새 풍기는 외계 행성이 있다고?
‘황화수소’ 존재 확인…태양계 밖에서 처음
썩은 계란이나 방귀에서 풍기는 냄새가 나는 외계 행성이 발견됐다. 이런 악취를 만드는 기체인 ‘황화수소’가 대기 중에서 확인된 것이다. 태양계 밖 행성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원인 파악을 위한 과학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애리조나주립대 등에 소속된 연구진은 8일(현지시간) 지구에서 64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인 ‘HD 189733b’를 관찰한 결과, 대기에서 황화수소 성분이 확인됐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밝혔다. 이번 관찰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동원됐다.
HD 189733b는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반지름 6만9900㎞)보다 1.1배 큰 거대 기체형 행성이다.
덩치는 목성과 비슷하지만, 온도는 매우 다르다. 목성 표면 온도는 영하 148도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 추위다.
HD 189733b 표면 온도는 영상 926도에 이른다. 알루미늄(660도)이나 납(327도)의 녹는점을 훨씬 뛰어넘는 고온이다. HD 189733b가 뜨거운 것은 중심별과의 거리(460만㎞)가 매우 가까워서다. 지구와 태양 거리의 3%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구진이 진짜 주목한 것은 HD 189733b의 대기였다. 정밀 관찰 결과, 기체의 일종인 황화수소가 발견됐다.
황화수소는 지구에서는 흔하다. 부패한 유기물에서 방출된다. 방귀나 썩은 계란에서 풍기는 냄새의 근원이 황화수소다. 화산에서 나오는 가스에도 황화수소가 섞여 있다.
태양계 행성 중에서는 목성과 천왕성에서 발견된다. 그동안 태양계 밖 외계 행성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 연구진 분석을 통해 최초로 외계 행성에서 황화수소가 확인된 것이다. HD 189733b 자체는 2005년 처음 발견됐지만, 2021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가동되면서 외계 행성을 감싼 대기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가능해진 덕을 봤다.
연구진은 황이 탄소나 질소, 산소 등과 함께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을 이끈 광웨이 푸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매우 뜨거운 행성인 HD 189733b에서 생명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황화수소를 발견한 것은 다양한 유형의 행성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를 이해할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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