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막으려...러, 1차대전 무기 ‘방공 풍선’ 띄워 그물 친다

이철민 기자 2024. 7. 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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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 때 정찰기 정보수집 막으려 띄워
2차대전땐 나치독일 폭격기 공격 방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떼 공격으로부터 주요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하늘에서 풍선(balloon)을 띄워 수직으로 그물을 드리운다.

러시아의 화물 비행선 제조업체인 ‘퍼스트 에어십(First Airship)’의 폴리나 알베크 대표는 최근 상트페레르스부르크에서 가진 컨퍼런스에서 고도 300m에서 질기고 매우 얇은 그물을 250m 길이로 수직으로 늘어뜨리는 방공기구(防空氣球)인 ‘방공 풍선(barrage balloon)’을 생산했으며, 이미 러시아 국방부로부터 주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군인들이 붉은광장에서 방공 풍선을 손에 잡고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주요 군기지와 사회 기반 시설 주변에 위치하게 되는 이 방공 풍선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포착하면 즉시 공중으로 올라가 그물을 내리게 된다. 초경량ㆍ초강력 그물 외에도, 전자교란 장치, 레이더, 360도 촬영 가능한 카메라를 장착하고 13㎞밖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진공 총을 장착해서, 우크라이나의 드론에 그물을 발사해 포획할 수도 있다. 그물이 워낙 얇아서, 상대 드론은 이를 감지할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이 방공 풍선은 처음 나온 아이디어는 아니고, 이미 1,2차 세계대전 때 썼던 방공 기구를 현대화한 것이다.

1차대전 당시 서부전선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서로 상대방 정찰기가 참호 상황을 촬영하는 것을 막으려고 방공 풍선을 광범위하게 띄웠다.

2차대전 때 영국은 굉음을 내며 90도 급강하하는 나치독일의 폭격기 슈투카(Stuka) Ju-87과 V-1 로켓을 막기 위해, 풍선에 강철 케이블을 달아서 런던을 비롯한 주요 도시 주변에 띄웠다. 런던의 제국전쟁박물관에 따르면, 영국은 1941년 9월까지 모두 2748개의 방공 풍선을 띄웠다.

이 방공 풍선은 고도 1500m까지 올라간 뒤 지상으로 케이블을 늘어뜨렸고, 독일 슈투가 폭격기들은 강철 케이블이나 수소가 가득한 풍선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그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폭격의 정확성은 떨어지고, 슈투카 폭격기는 영국 대공포의 유효 사거리 안에 들어가게 됐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은 독일군 폭격기의 접근을 막기 위해 노르망디 해안 곳곳에 수십 개의 방공 풍선을 띄웠다. /미 육군

1944년 6월6일에는 연합국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에도 해안에 수십 개의 방공 풍선을 띄워서 독일 전투기들이 상륙군을 공격하지 못하게 했다.

러시아도 이미 풍선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했다. 작년 2월 러시아는 미사일ㆍ드론 공격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상공에 레이더를 반사하는 풍선을 6개 이상 띄워서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을 교란시켰다. 우크라이나가 레이더에 포착된 이 반사(反射) 풍선에 고가(高價)의 대공 미사일을 소진하게 한 뒤에, 36기의 크루즈 미사일로 키이우를 공격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1,2차 대전 방공 무기를 자국 시설 보호를 위해 다시 꺼내 든 것은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생산한 드론의 타격 지점이 러시아 국경 깊숙한 곳까지 계속 확대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받은 첨단 육군전술유도탄인 에이태큼스의 사정거리는 300㎞에 달하고 막강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에이태큼스 사용을 국경에서 수십 ㎞ 떨어진 러시아 영토로 제한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파괴력은 이보다 훨씬 약하나 떼로 보낼 수 있고, 대당 제조 비용이 500달러 미만인 다양한 드론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전장에 투입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찰총국(GRU)이 지난달 8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영토를 900km 뚫고 들어가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한, 러시아 5세대 스텔스 전투기 Su-57의 폭격 전후 모습

우크라이나는 지난달에는 국경에서 320㎞ 떨어진 러시아 로스토프 주의 모로조프스키 공군기지에 70대의 드론을 보내 공격했다. 또 6월8일에는 600㎞까지 러시아 영토를 뚫고 들어가, 들어가 러시아 남부의 아크투빈스크 공군기지에 세워져 있던 러시아의 5세대 스텔스 전폭기인 SU-57 한 대에 손상을 입혔다. Su-57은 미국의 F-22 전투기 대항마로 러시아가 개발한 것으로, 지금까지 20대 정도만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6월30일에는 우크라이나보안국(SBU)이 주도한 드론 떼가 무려 1500㎞를 날아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파괴했다. 5월26일 국경에서 1500㎞ 떨어진 러시아 오르스크 시 부근의 핵공격 조기 탐지 레이더 시설을 공격한 것도 우크라이나군 드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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