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국, 러시아 제재 동참 국가… 우호적인 관계 구축할 수 있나”

크렘린궁“남북한 중 하나 선택
尹의 접근 방식에 동의 못한다”

러시아를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가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 스푸트니크통신 연합뉴스

러시아 크렘린궁은 ‘러시아가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양국 관계 악화 원인이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어서 한·러 관계는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이 접근 방식에 반대하며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과 남한 모두, 역내의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도 “평양에는 우리의 파트너가 있고 서울에는 반(反)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가 있다. 우리에게 적대적인 입장인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러시아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에 협력하는 한국에 불만을 드러내며 관계 악화 책임을 돌린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로이터통신에 “북한은 명백히 국제사회의 민폐로, 러시아는 결국 자신에게 남북한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인지 잘 판단하길 바란다”며 향후 한·러 관계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내용은 러시아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양국 관계는 러시아가 지난달 19일 북한과 군사 동맹에 준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면서 악화한 상태다. 반면 러시아와 북한 간 밀착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장교를 재교육하는 군사학교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의 김금철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인민군 군사교육일군(간부) 대표단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날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9일 보도했다. 북·러 간 조약 체결 이후 북한군 관계자가 러시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