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김여사 명품백 의결서’ 공개… “오해 불식 차원”

신고사건 관련해선 사상 최초
“대통령 직무 연관 근거 부족”
류희림 ‘민원 사주 의혹’ 건은
방심위가 조사하라고 돌려보내

국민권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종결 처리한 데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자 이례적으로 의결서를 9일 공개했다. 권익위는 ‘오해 불식’을 위해 의결서를 공개한다고 했지만, 의결서에 적힌 내용이 기존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밝힌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이를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또 권익위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해 방심위가 조사하라고 이를 돌려보내면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이날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의혹 신고사건 종결 결정과 관련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청탁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의결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권익위 신고사건과 관련한 의결서가 대외적으로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을 종결 처리해선 안 된다는 일부 위원의 소수 의견은 의결서 대신 회의록에 담겼다.

권익위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금품에 한해서만 수수할 수 없는데,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는 대통령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재차 설명했다. 전원위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됐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고, 대통령 역시 이 가방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돼 제공된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해석했다.

정승윤 권익위 사무처장은 “이것은(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전원위원이 다수였기 때문에 이렇게 적시됐다”며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자세한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권익위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소환하거나 대면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현행법상 권익위에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익위는 피신고자의 방어권 보호 차원에서 피신고자가 자발적으로 의견이나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정 사무처장은 “피신고자를 대면 조사한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익위는 전날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방심위에 송부했다. 정 사무처장은 “방심위원장이 사적 이해관계자가 신청한 민원이 있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해당 직무를 수행했는지에 대해 참고인들 간 그리고 방심위원장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심위 사무처 직원이 방송 심의를 신청한 민원인들의 개인정보를 누설했다는 신고는 서울경찰청에 이첩됐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