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했던 김일성 30주기 추모행사…김영철, 주석단에 등장(종합)
간부들, 김정은 단독 배지와 김일성·김정일 배지 혼용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하채림 기자 = 북한은 김일성 주석 30주기였던 지난 8일 평양에서 중앙추모대회와 추모음악회를 개최하고 전역에 사이렌을 울려 묵념 시간을 갖는 등 추모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검은 넥타이에 검은 양복 차림으로 추모대회와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으며 올해 처음으로 조부 김일성, 부친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도 참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민족의 영원한 어버이이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온 나라가 경건히 추모했다"고 김일성 30주기 소식을 다각도로 보도했다. 지면도 평소보다 2개 면 늘려 8개 면으로 발행했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추모대회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 조용원 조직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자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사진상으로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 최선희 외무상 등 당 주요 간부들이 주석단에 오른 것으로 식별됐으며, 과거 대남 정책을 주도했던 김영철과 리선권도 김 위원장과 거리를 둔 채 주석단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철과 리선권은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도 동행했다. 노동당 대남 전문부서였던 통일전선부(통전부)를 이끌었던 두 사람의 현재 직책이나 역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통전부는 최근 당 중앙위 10국으로 명칭을 바꾸고 심리전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조직 구조상 '국'은 전문부서 아래에 있기 때문에 위상이 격하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간부들은 모두 가슴팍에 배지를 달고 있었는데, 김정은 초상화가 단독으로 그려진 신규 배지와 김일성·김정일이 함께 그려진 기존 배지를 혼용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간부들과 달리 아무런 배지도 달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극장에서 열린 추모음악회도 관람했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에는 김덕훈 총리, 왼쪽에는 최선희 외무상이 앉아있었고 김여정 부부장, 김성남 국제부장 등도 포착됐다.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전 총리 등 당, 군, 정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은퇴 간부들과 항일혁명 열사 유가족 등도 음악회에 초대받았다.
이날 정오에는 전국에 사이렌이 울렸고 버스 기사와 승객, 선박 승무원, 공항과 공장 직원 등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와 금수산태양궁전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 3분간 묵념했다.
금수산태양궁전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만수대언덕 위 김일성·김정일 동상 앞에는 꽃바구니가 수북이 쌓였다. 전국 각지에서 추모 모임, 발표모임, 이야기 모임도 잇달았다.
추모 분위기는 해외에서도 이어졌다고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독일, 덴마크, 슬로베니아, 키르기스스탄, 몽골, 캄보디아, 알제리 등에서 김일성의 업적을 기리는 토론회, 강연회, 좌담회가 있었다.
겐나디 주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는 김일성 30주기에 맞춰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문을 보내 위로를 표하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친선과 협조가 날로 강화되고 있어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정주년)를 중시하는 북한은 김일성 사망 20주기였던 2014년, 25주기였던 2019년에도 추모대회를 열고 사이렌을 울리는 등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부도 북한의 김일성 30주기 추모 양상이 정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기존 관례를 유지한 것으로 총평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한 것은 20·25주기 관행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중앙추모대회가 20·25주기에 실내(평양체육관) 행사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 김일성 광장에서 더 큰 규모로 열렸고, 김 위원장이 추모음악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것은 30주기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통일부는 평가했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 '독자 우상화' 움직임과 달리 김일성 30주기 추모가 대규모로 진행된 데 대해 이 당국자는 "(정주년 추모행사를 축소한다면) 주민들에게 심리적으로 혼란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김정은 독자적 우상화를 속도조절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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